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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국 공급망의 약한 고리”…美, 고려아연·포스코 주목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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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가운데, 미국과 한국이 광산 개발부터 정·제련, 배터리 제조까지 공급망 전반에서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미국 싱크탱크 보고서가 나왔다.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 제공    

미국 애틀랜틱카운슬은 지난 11일 조셉 웹스터, 앨빈 캄바, 에밀리 김 연구원 명의로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중심의 배터리 공급망이 미국과 동맹국의 군사·경제 안보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배터리를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넘어 드론, 로봇, 무인잠수정, 정보·감시·정찰(ISR) 체계 등에 쓰이는 대표적인 ‘이중용도’ 기술로 규정했다. 우크라이나가 2025년 1인칭시점(FPV) 드론 약 300만 대를 조달한 점, 중국 유니트리의 4족보행 로봇이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 제품보다 배터리 구동시간과 적재량에서 앞선다는 점도 사례로 들었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 시장을 주목했다. 한국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을 보유한 세계 주요 배터리 생산국이지만, 중국 기업의 공세가 국내 시장까지 파고들 경우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1~4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은 합산 12.6%로 전년보다 1.2%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CATL과 BYD의 합산 점유율은 54.3%에 달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산 비중은 커지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는 2026년 1분기 한국 전기차 등록의 30.9%를 차지했다. BYD는 한국 진출 4개월 만에 테슬라를 제치고 수입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2024년 국내에서 판매된 69개 전기차 모델 가운데 약 25%가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중국의 생산 능력 확대도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중국의 배터리 생산량이 2023년에서 2024년 사이 46% 늘었고,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능력이 수요보다 60% 많은 과잉 상태라고 짚었다. 2024년 완성 배터리 생산량의 약 30%는 해외로 수출됐다.

 

이에 보고서는 한·미 양국이 원료 확보, 정·제련, 소재 생산, 배터리 제조까지 전 단계를 포괄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그동안 완성 배터리 제조에 비해 주목도가 낮았던 정·제련 분야를 핵심 축으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미국 내 배터리 공급망 구축이 진행되고 있지만 핵심 광물 가공과 정·제련 역량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고려아연과 포스코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들 한국 기업의 정·제련 역량을 미국 국방부 공급망이나 수출입은행 지원 프로그램과 연결하면 상업성과 전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미국이 동맹·우호국에 불필요한 관세 장벽을 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전고체·리튬황 등 차세대 배터리 분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보조금, 배터리 원산지와 공급망 투명성 강화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 기술 인력의 비자와 근무 환경 보장도 협력 과제로 제시됐다.

 

배터리는 더 이상 전기차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드론과 로봇, 잠수함, 군사용 센서까지 움직이는 안보 자산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중국이 배터리 공급망에서 독점적 지위에 가까워질수록 미국과 동맹국의 군사·산업 선택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공급망 경쟁은 이제 공장 증설보다 정·제련과 소재 확보 능력이 좌우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며 “한·미 협력의 핵심도 완성품 생산이 아니라 공급망 중간 단계인 정·제련 역량 강화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