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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변수 걷히면 다음은 북한?…트럼프식 대화 공간 열려도 ‘비핵화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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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끝내기로 합의하고 핵문제 후속 협상이 예고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관심사가 북한으로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데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적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대 쟁점인 비핵화에 대해서는 북한이 협상 자체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어 대화 움직임이 시작된다고 해도 의제 설정부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3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사진.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장인 카펠라호텔 정원을 산책하는 모습이다. 트루스소셜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3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사진.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장인 카펠라호텔 정원을 산책하는 모습이다. 트루스소셜 캡처

15일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별도의 설명없이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종전 합의와 핵 협상 가능성을 언급한 글을 올린 직후 게시됐다는 점에서 북·미대화 재개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물론 사진에 별도 설명이 없어 공식적인 대북 메시지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간 미국의 외교·안보 역량을 중동에 묶어두는 요인이 됐던 전쟁이 끝났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 가능성, 이스라엘과 중동 동맹 관리, 이란 핵 문제 후속 협상 등이 맞물려 있어 미국이 다른 사안에 신경을 쓸 여지를 좁혔다. 그러나 종전 국면으로 넘어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반기 외교 성과를 위해 북한 문제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는 그동안 북·미 관계에서 손을 놓고 있다시피 했는데, 이란 문제에서 한숨 돌리면서 특히 핵문제에 대한 관심이 복원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두 번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세 번째)이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두 번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세 번째)이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문제는 북한의 태도다. 대화가 재개될 경우 핵문제는 반드시 논의해야 할 쟁점이지만 협상 대상이 되는 것조차 거부하겠다는 입장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비핵화를 거론한 지난 13일 한·유럽연합(EU) 정상 공동성명, 14일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비난했다. 한·EU 정상회담, NCG 모두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고,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한 데 대해 반발한 것이었다. 한·EU 정상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재확인하면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과 미국은 NCG 회의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와 확장억제 공약을 재차 확인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를 감안하면 북·미가 대화 재개를 모색하더라도 의제는 비핵화 자체보다 일단 북한에 대한 제재 해제, 군축 또는 위험관리 문제를 둘러싼 것이 먼저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라는 외교적 뒷배를 확보한 점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맺은 뒤 군사·전략 협력을 강화했다.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한때 냉랭했던 중국과도 관계도 급속히 회복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예전만큼의 압박이 되지 않고,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매달릴 유인이 약해진다는 의미다.

 

북한을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와 함께  9일 평양 우의탑을 참배하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을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와 함께  9일 평양 우의탑을 참배하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그렇다고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마냥 외면하기는 어렵다. 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와 핵 문제 해법을 찾지 못하면 정상적 국가 발전이 어렵다”며 “대화를 위해서는 미국이 제재 문제에서 일부 유연성을 발휘하고, 북한도 핵보유국 지위를 너무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식의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윤민호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김 위원장 사진 게시와 향후 북·미 대화 가능성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북·미 대화 전망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다”며 “예단하지 않고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대화 재개 여지는 열어두되, 정부 차원에서의 공식적 전망은 자제하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