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양대 노총이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급 기준 1만2000원(월 250만8000원)을 요구했다. 올해(시급 1만320원·월 215만6880원)보다 16.3% 인상을 요구했는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 3%를 넘어선 상황임을 고려해도 지나치다. 노동계 주장대로 지난 3년간(2023∼2025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2.37%)이 평균 물가상승률(2.66%)에 못 미쳐 저임금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번에 두 자릿수 인상을 단행한다면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의 경영에 지나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취약계층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게 뻔하다. 문재인정부 초반에 그 부작용이 통계로 확인됐다.
인건비 부담이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가 택배·배달기사 등 도급제 근로자에도 최저임금을 적용할지 표결에 부친 결과 부결됐는데, 소상공인 등의 부담 가중이 주된 반대 이유였다.
최저임금을 지나치게 인상하면 이와 연동된 43종 복지급여도 덩달아 올라 재정 부담이 커진다. 대표적인 게 최저임금의 80% 수준으로 하한액이 연동된 실업급여로,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은 17조4833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실업급여 연말 적립금은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돈을 뺀 실질 금액 기준 5조9933억원 적자로, 사실상 빚으로 채워 넣은 상태다. 실업급여 건전성을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의 지나친 인상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사용자 측이 수년째 주장해온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 필요성은 더 커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그제 관련 보고서를 내고 음식점업을 포함한 일부 업종은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수용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기준 숙박·음식점업에서 법정 최저임금을 못 받은 근로자 비율은 31.6%로 나타났다. 생계형 창업이 다수라 현 수준의 최저임금도 버거운 마당인데 이들보다 사정이 나은 금융·보험업, 제조업 등과 동일하게 최저임금을 일률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1개국이 업종, 연령, 지역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이번에는 최저임금위가 대승적으로 업종별 차등 적용을 결정해 최저임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