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에서 안정성이 높은 상용일자리가 26년5개월 만에 처음 감소했다. 제조업의 장기 부진 속에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의 일자리가 위축되면서 20·30대 상용근로자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여파다. 중동전쟁의 영향으로 전체 취업자 수가 감소한 상황에서 인공지능(AI) 확산이 일자리의 양적, 질적 안정성을 모두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5월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1674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000명 감소했다. 상용근로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외환위기 사태의 영향권이던 1999년 12월(-5만6000명) 이후 처음이다.
통계상 상용근로자는 1년 이상 계속 일할 것으로 예상되는 취업자로 ‘정규직’ 등의 일자리가 해당한다.
상용근로자는 2000년 1월 증가(+5만명)로 전환한 뒤 316개월 연속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코로나19 사태로 노동시장이 위축된 2020년 12월(+5000명)에도 증가세를 유지했는데, 올해 들어 10만명대로 내려앉더니 지난달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상용근로자의 감소는 20·30대에서 두드러졌다. 5월 기준 20·30대의 상용근로자는 총 19만7000명이 감소했는데, 이는 2020년 12월(-21만7000명)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업종별로 봤을 때 제조업의 감소폭이 특히 컸다. 제조업의 상용근로자는 20·30대에서 총 9만2000명 감소했다. 50대에서도 4만6000명 감소했는데, 60대 이상에서는 1만8000명 증가했다. 제조업의 상용근로자가 청년과 중년에서 줄고, 고령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20대의 경우 임금근로자 자체가 감소했다. 상용근로자는 물론 임시직(-6만7000명)과 일용직(-1만2000명)에서도 감소한 것이다.
특히 20대의 상용근로자는 정보통신업에서만 5만7000명 감소하며 다른 업종보다 감소폭이 크게 나타났다. 30대의 경우 정보통신업 상용근로자가 2만6000명 늘었는데, 이를 두고 정보통신업의 채용이 ‘신입’보다 ‘경력’의 비중이 커진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30대의 경우 전문·과학·기술서비스의 상용근로자가 7만6000명 감소하며 전체 업종 중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는 연구개발업을 비롯해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군에 해당한다. 시장에서는 AI 영향으로 전문직군의 일자리가 위축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30대는 일용근로자가 3만3000명 증가하며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전체 취업자 중 상용근로자의 비중은 57.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전체 취업자 수가 4만명 줄어든 영향이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12·3 비상계엄 사태가 있던 2024년 12월(-5만2000명) 이후 처음인데, 정부는 중동전쟁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해소되긴 했지만, 고용의 경우 실물경제에 후행하는 성격이 강한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2일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계층별, 업종별 세부 고용 동향을 면밀히 분석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사항은 즉시 개선하고 중장기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