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등을 담은 10개 법령 개정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재개발·재건축을 활용한 주택 공급 의지를 밝히자 시가 현장에서 확인한 사업 지연 요인을 바탕으로 규제 개선 요구를 공식화한 것이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관련 규제 완화와 사업성 개선, 기간 단축, 주민 권익 보호 등 4개 분야 10개 과제를 정부에 건의했다고 15일 밝혔다.
그간 서울시장이 국토교통부 장관과 면담하며 수차례 건의해 온 규제 완화에 더해 현장 의견 청취 등을 통해 추가로 발굴한 제도 개선안까지 포함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해 11∼12월 두 차례 김윤덕 국토부 장관과 면담하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피력한 바 있다.
시는 우선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서 자금 조달과 거래가 막히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보고 이주비 대출 규제와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완화를 요구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안에서는 이주비 대출도 일반 주택담보대출처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를 적용받는데 시는 이를 70%까지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이주비는 집을 새로 사려는 돈이 아니라 공사 기간 동안 원활한 이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 자금인 만큼 규제를 따로 떼어내 사업 동력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는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의 경우 주민 동의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도록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소규모 정비사업은 지위양도 제한 시점을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로 늦출 것을 제안했다.
사업성을 직접 높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공공 정비사업에 한정된 법적 상한 용적률 완화 혜택을 민간 정비사업으로 넓혀 민간사업도 법적 상한 용적률의 120%까지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재개발 사업에서 용적률 완화를 위해 공급해야 하는 임대주택 비율을 재건축 수준인 완화 용적률의 30%로 낮추자는 게 골자다.
시는 이미 녹지가 충분한 택지개발지구 내 아파트 단지의 경우 재건축 때 공원·녹지 확보 기준을 면제하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건의안에는 사업 기간을 줄이기 위한 절차 개선 방안이 포함됐다. 시는 현재 재건축에만 적용 중인 조합설립 동의율 완화 기준을 재개발까지 넓혀 동의율을 75%에서 70%로 낮추고, 조합설립인가 신청 전 주민 통지 기간도 60일에서 30일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시는 정비계획 변경이 경미할 때는 통합심의를 선행할 수 있도록 하고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한 번만 유찰돼도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계약 기준을 개선하자는 내용도 제시했다. 최근 공사비 상승 등 정비사업 여건이 악화해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경쟁입찰이 이뤄지기 쉽지 않은 사업도 다수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시는 주민 권익 보호를 위해 조합원 명부를 공개하더라도 개인 전화번호는 사전에 동의한 경우에만 공개하고 공공보행통로·주민공동시설 개방 등 인허가 조건이 준공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 근거를 마련할 것을 건의했다.
최진석 시 주택실장은 “재개발·재건축은 도심 내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현장에서 사업 추진을 어렵게 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절차를 합리화해 보다 신속한 주택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