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으로 연간 1조원 넘는 감세 혜택을 받는 ‘대중형(퍼블릭) 골프장’. 그런데 주말 그린피는 30만원에 육박하고 일부는 회원제 골프장보다도 비싸다. 골프 대중화를 위해 도입된 세제 지원이 과연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대중형 골프장에 세제 혜택을 부여한 이유는 분명하다. 골프를 보다 많은 국민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이용요금을 낮추고 소비자 편익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문화체육관광부도 2022년 대중형 골프장 제도를 도입하면서 개별소비세 면제와 재산세 경감 혜택을 유지하는 대신 이용요금을 회원제 골프장 비회원 요금보다 평균 3만4000원 이상 낮게 책정하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세제 혜택이 실제 이용자 부담 완화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장치였다.
하지만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장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연간 1조원이 넘는 세금감면 혜택이 제공되고 있지만 골퍼들이 체감하는 그린피 부담은 여전히 크다. 세금 지원과 이용자 혜택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가 발간한 ‘레저백서 2026’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형 골프장의 세금감면 규모는 연간 1조1480억원으로 추산된다. 규모만 놓고 보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웬만한 지방자치단체 한 해 예산에 맞먹는 수준이다.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따로 있다. 지난해 194개사(198개소) 대중형 골프장의 영업이익은 총 9720억원이었다. 세금감면 규모가 영업이익을 웃돈 것이다.
물론 세금감면액과 영업이익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현재 대중형 골프장의 수익 구조에서 세제 혜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세금감면 혜택이 없을 경우 상당수 대중형 골프장이 영업손실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같은 혜택을 받고 있는 대중형 골프장들이 코로나19 시기 그린피 인상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대중형 골프장의 그린피 인상률은 2021년 5월 기준 19.1%로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그린피 인상률보다 2.5배 높았다. 2022년 5월에도 9.1% 상승하며 회원제 골프장 인상률(7.4%)을 웃돌았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기준으로 보면 대중형 골프장의 주중 그린피는 31.7%, 주말은 22.8% 올랐다. 금액으로는 주중 4만1400원, 주말 4만100원이 상승했다.
같은 기간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그린피 인상률은 주중 19.7%, 주말 16.4%에 그쳤다. 골프 대중화를 명분으로 세제 혜택을 받는 대중형 골프장이 오히려 회원제보다 가파른 인상 흐름을 보인 것이다.
올해 5월 기준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그린피는 주중 평균 21만7100원, 주말 평균 26만8700원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를 웃도는 대중형 골프장들이 수도권에만 주중 15개소, 주말 25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골프장은 최고 그린피가 주중 27만원, 주말 36만원에 달하지만 여전히 대중형 골프장으로 분류돼 세금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대중형이라는 이름과 달리 가격 경쟁력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골퍼들 사이에서는 ‘세금 혜택은 받으면서 요금은 회원제 못지않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골프장 이용객은 4641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비회원제 골프장 이용객은 3184만명으로 전체의 약 68.6%를 차지했다. 사실상 국내 골프 수요의 10명 중 7명가량이 비회원제 골프장을 이용하는 셈이다. 그만큼 대중형 골프장에 제공되는 세제 혜택이 실제 이용자 부담 완화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대중형 골프장에 대한 세제 지원은 단기간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년 동안 대중형 골프장에 제공된 세금감면액이 총 10조3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정책의 목적은 분명했다. 세금 혜택을 통해 골프장 이용 문턱을 낮추고 골프 대중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고가 그린피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일부 대중형 골프장은 회원제 골프장보다 비싼 가격을 받고 있고, 골퍼들의 체감 부담도 크게 줄지 않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결국 논란의 핵심은 세금감면 자체가 아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그에 걸맞은 소비자 편익과 공공성이 실제로 구현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대중형 골프장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은 회원제보다 저렴한 그린피와 캐디 선택제 등 소비자 편익이 전제될 때 의미가 있다”면서 “지금처럼 세금감면만 해주고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국민 세금만 낭비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