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경매에서 감정가의 9배가 넘는 금액을 써낸 응찰자가 나왔다.
낙찰자가 매각대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입찰보증금 1억5000여만원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어, 경매업계에서는 ‘오기 입찰’ 가능성이 거론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영등포아트자이’ 전용 143.59㎡ 경매에서 한 응찰자가 172억9600만원을 써내 최고가 매수신고인으로 정해졌다.
해당 물건은 영등포아트자이 106동 24층 물건이다. 최초 감정가는 18억8000만원이었다. 한 차례 유찰되면서 이번 경매의 최저매각가격은 15억400만원까지 낮아진 상태였다.
문제는 낙찰가다. 172억9600만원은 감정가의 약 9.2배다. 낙찰가율로 따지면 920% 수준이다. 최저매각가격과 비교하면 11배를 훌쩍 넘는다.
2순위 응찰자는 18억5000만원, 3순위 응찰자는 16억7777만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가만 유독 높게 튀면서 업계에서는 낙찰자가 정상 입찰 범위의 금액을 쓰려다 숫자 ‘0’을 하나 더 붙였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 다만 실제 의도한 금액은 확인되지 않았다.
낙찰을 포기하더라도 손실은 피하기 어렵다.
법원 경매에 참여하려면 통상 최저매각가격의 10%를 입찰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이번 물건의 보증금은 약 1억5040만원이다. 매각허가결정 이후 정해진 기한 안에 잔금을 내지 못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경매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으면 매각불허가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입찰자가 금액을 잘못 적었다는 사정만으로 구제받기는 쉽지 않다. 입찰 이후 금액을 취소하거나 바꾸기 어렵고, 오기 입찰을 폭넓게 인정하면 제도 악용 가능성도 생기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다.
지난달 서울 구로구 구로동 ‘구일우성아파트’ 전용 84㎡ 경매에서도 감정가 7억5300만원 물건에 66억6000만원대 입찰가가 나왔다. 당시에도 정상 범위의 금액을 쓰려다 ‘0’을 하나 더 붙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경매업계에서는 초보 응찰자가 늘면서 입찰표 작성 실수도 반복되고 있다고 본다. 법원 경매는 현장에서 입찰표를 직접 작성해 제출하는 방식인 만큼, 금액 단위 하나만 잘못 써도 보증금 수천만원에서 억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172억원대 입찰가는 시장가격과 차이가 워낙 커 단순 기입 실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며 “다만 법원 경매는 입찰표 제출 이후 내용을 번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 오기였다면 보증금 손실 부담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매업계 관계자는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경매 참여가 늘면서 입찰표 작성 실수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며 “특히 금액 단위를 잘못 적거나 숫자 하나를 더 쓰는 실수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입찰 전 최종 확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