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타결을 발표했으나 하루 만에 중대 쟁점을 두고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양국은 미 동부시간으로 지난 14일 MOU 체결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최고위층의 전자 서명까지 마쳤으나 구체적인 합의문은 공개되지 않았다.
◆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영구 면제’냐 ‘60일 시한부’냐
현재 미국과 이란이 공통으로 인정하는 부분은 MOU가 서명되는 대로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고 미국의 대이란 봉쇄가 해제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쟁 이전처럼 상선들이 별도 요금 없이 자유롭게 통항할 수 있는지를 두고 해석이 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프랑스를 찾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항 수수료 징수권이 인정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MOU 체결 후 60일 동안만 선박의 무료 통항을 허용하고 이후로는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미국 고위 당국자 역시 브리핑에서 MOU에 “60일간의 호르무즈 무료 통행”이 명시돼 있다고 전했다.
결국 60일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이란의 일방적 통행료 부과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이 유료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가급적 그런 방향으로 이란을 설득하겠다는 희망이 섞여 있는 셈이라는 분석이다. 전쟁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강력한 지렛대 효과를 확인한 이란이 순순히 호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1000억 달러 동결자금... 해제 시점 팽팽한 대립
동결자금 해제 문제에서도 양측의 입장 차이는 드러났다. 이란은 MOU 서명과 동시에 동결자금 일부가 해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인터뷰에서 MOU 서명 이후 60일간의 협상이 미국의 3가지 약속 이행에 달려 있다며 “해상봉쇄 해제, 군사작전 종료, 동결자금 해제”를 언급했다.
현재 이란의 동결자금은 10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이란 매체들은 MOU 서명과 함께 120억 달러, 60일간의 협상 중 120억 달러의 동결자금을 해제하는 방안을 거론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MOU 서명에 맞춰 동결자금을 해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동결자금과 제재의 해제는 이란의 핵 포기 범위와 이행에 연계돼 있다는 것이 미국 측의 판단이다. 돈을 먼저 풀어줄 수 없다는 미국의 원칙과 선제적 조치를 요구하는 이란의 전략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지점이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각자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저강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낮은 단계의 합의인 MOU마저 초기 이행이 제대로 되지 못하면 60일간의 후속 핵 협상 역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