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박중훈은 대한민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얼굴이었다. 20년 전 그가 역삼동 건물을 매입했을 때 대중은 그를 배우로만 기억할 뿐 그가 강남 한복판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주목하지 않았다. 최근 해당 건물이 600억~700억원대에 매물로 나오며 40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가운데 박중훈이 두 세대 동안 고수해온 침묵의 법칙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성공한 투자이기 이전에 톱스타라는 가면을 벗고 한 배우가 일상을 통제하며 쌓아 올린 시간의 투자가 낳은 결실이다.
목표를 향한 집요한 투입은 그의 삶을 관통하는 패턴이다. 대학교 1학년 시절 신인 배우를 뽑는다는 소식에 동대문 시장을 발로 뛰며 직접 의상을 준비하고 영화사 사무실에서 커피 심부름을 자처했던 끈기는 배우 박중훈을 만든 원동력이었다. 현재 수백억원으로 평가받는 이 건물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시세 차익이 아니다. 인기를 좇는 대신 삶을 스스로 개척하려 했던 한 개인의 집요함이다.
박중훈은 2003년 역삼동의 노후 건물을 60억원대에 매입했다. 당시 그는 ‘황산벌’ 등 흥행작을 내놓으며 활동의 정점에 있었으나 촬영 틈틈이 역삼동을 오가며 내실을 다졌다. 연예계의 변동성을 상쇄하기 위한 그만의 실천이었다. 주변의 시선에도 그는 오직 땅의 잠재력에 집중했다. 건물의 외관보다 테헤란로 인근 입지와 일반상업지역이 가진 높은 용적률의 미래 가치를 본 것이다.
안목은 11년 후인 2014년 빛을 발했다. 그는 기존 건물을 허물고 50억원을 투입해 지하 4층, 지상 14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을 세웠다. 자산의 체급을 격상시킨 전략적 승부수였다. 그의 경제 철학은 일찍이 정립되어 있었다. 과거 그는 “10억을 벌어 모두 쓰는 것보다 50만원을 벌어 40만원을 쓰는 것이 부자에 가깝다”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톱스타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소비를 통제하고 자산을 재투자하는 태도가 지금의 결과를 만든 셈이다.
건물을 사들인 뒤 긴 세월을 보내며 그가 보여준 행보는 투기와 거리가 멀었다. 수많은 투자 유혹에도 그는 해당 건물을 매도하지 않고 지켰다. 톱스타가 촬영장 밖에서 자산을 운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스스로를 배우와 건물 운용자로 엄격히 구분했다. 촬영장에서는 대본에 몰입했고 촬영이 없는 날에는 건물주로서 입지를 살피며 가치 상승을 기다렸다. 이러한 절제는 본인의 삶을 밀도 있게 다루는 그만의 방식이었다.
역삼동 일대는 테헤란로의 확장과 함께 도시의 중심부로 변모했다. 많은 이들이 건물을 사고팔며 떠날 때 그는 묵묵히 제 자리를 고수했다. 강산이 두 번 변할 동안의 세월은 건물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가치를 더하는 정직한 재료였다. 박중훈의 시간은 단순한 자산 가치 상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연예인이라는 직업 이면의 불안을 흔들리지 않는 자기 절제로 스스로 다스려 온 과정이기 때문이다.
2025년 자전적 에세이 ‘후회하지마’를 발간하며 그는 전성기 시절 감춰진 인간적인 번민과 실패를 솔직히 털어놓았다. 한때 연기력 논란이나 흑역사라 불리는 작품들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그는 이를 숨기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했다.
대중은 수백억원이라는 규모에 반응하지만 본질은 오랜 시간 불안을 다스리고 안목을 믿어온 과정에 있다. 그의 선택은 운이 아닌 계획된 인내의 결과다. 진정한 부는 우연이 아니다. 활동의 정점에서도 자만하지 않고 미래의 공백을 대비해 오늘을 성실하게 채워나가는 태도의 산물이다.
최근 그가 20년간 지켜온 이 건물을 매각 시장에 내놓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매각가는 600억~700억원대로, 매입가와 리모델링 비용을 고려해도 40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예상된다. 이 건물의 매각은 톱스타라는 화려한 겉모습 뒤에 가려져 있던 한 배우의 치밀한 전략적 행보가 시장의 공정한 평가를 받는 최종 단계가 될 전망이다. 중요한 것은 액수 자체가 아니다.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통제하고 성실함으로 버텨낸 시간이 어떻게 부(富)라는 결과물로 결집되는지 그가 20년간 심어온 끈기 있는 태도가 오늘날 어떤 가치로 증명되는지를 보여주는 선명한 증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