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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바늘구멍’ 남북관계 뚫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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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무리수 말고 철저한 준비로 ‘기회’ 마련해야

“돌아오는 것은 가혹하리만치 무겁고 차가운 침묵뿐이다. 고뇌와 답답함은 깊어만 간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26주년을 맞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게시물은 지난 1년간의 남북관계 상황이 어떤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재명정부는 지난 1년간 대북 확성기 방송과 라디오를 비롯한 대북방송 중단 등의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한국을 겨냥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고 한국에 등을 돌린 북한을 다시 돌려세우기 위한 노력이었다.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

하지만 한번 돌아선 북한의 시선은 남쪽이 아닌 북쪽에만 쏠렸다.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이용해 한반도를 넘어선 전략적 공간 확장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의 관계를 혈맹 수준으로 강화했던 북한은 지난 3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방북, 지난 8∼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국빈 방문을 성사시켰다. 벨라루스-러시아-중국-북한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권위주의 연대’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이를 통해 북한은 한·미의 도움이 없어도 권위주의 연대 속에서 군사력·외교력·경제력 강화를 추구할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한국이 북한 전략에서 후순위로 밀려나는 이유다.

이처럼 남북관계가 꽉 막히다 보니 국내에선 자그마한 신호에도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초청국 환영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도해 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현재의 북·미 관계가 서로 우호적이지 않고 상호 신뢰도 없는 환경에서 전격적인 고위급 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바늘구멍조차 뚫기 어려울 정도로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틈’을 드러내지 않고, 대외적 환경 변화도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선 단기적 성과를 거두려는 조급함과 무리수를 두고 싶어하는 유혹이 커질 수 있다. 이럴 때는 눈앞의 상황에 일희일비하는 대신 북한 태도를 주시하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북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열렸을 때를 준비하는 것도 필수다. 내부적으론 북한과의 회담에 대비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대외적으론 주변국 외교를 강화해 대북 협상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북한 핵·미사일과 재래식 군사력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위협 평가도 진행해야 한다. 위협 평가는 북한 핵·미사일과 군사력의 실체를 확인·분석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 이때 축적된 대북 정보는 남북관계의 부침과 관계없이 쓸 수 있다. 대화 국면에선 북한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 완화 전략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고, 대립 국면에선 대북 억제전략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는 말이 있다. 철저한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비로소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남북관계를 바꾸고 싶다면, 우리부터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8년 전 대화 국면은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