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항공우주·인공지능(AI) 기업 스페이스X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나스닥 상장과 함께 전 세계 투자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확인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857억달러(약 130조원) 조달에 성공, 종전 최고 기록(290억달러)을 훌쩍 뛰어넘었다. 주가도 상장 후 연사흘 상승할 정도로 여전히 관심이 뜨겁다. 16일 현재 공모가 대비 50% 가까이 올라 글로벌 시가총액 5위로 발돋움했다.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도 12일 하루에만 1조234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앞서 스페이스X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투자설명서가 공개됐을 때만 해도 취약한 재무구조, 내부거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 중심의 지배구조 등에 우려가 쏟아졌었다. 작년엔 매출 187억달러(약 28조원)·손실 49억달러(약 7조3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올해 1분기엔 맞먹는 수준(매출 47억달러·손실 43억달러)으로 악화했다. 지난해 매출 114억달러를 거둔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가 효자 역할을 하고 있으나 본업인 우주 발사체 사업조차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난 2월 합병한 AI 자회사 xAI의 데이터센터 두 곳의 컴퓨팅 용량을 앤트로픽의 생성형 AI 모델 클로드에 2029년 5월까지 임대한 사실도 드러났다. xAI가 자사 모델 그록의 고도화를 위해 구축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경쟁사에 빌려준 사실은 유료 가입자가 1.6%에 그친 그록의 경쟁력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xAI의 서비스를 도입한 기업도 3%에 불과해 각각 40%인 앤트로픽과 오픈AI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스페이스X의 현금흐름이 여의치 않아 임대료로 매출을 늘리는 고육지책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스페이스X가 이런 의구심에도 공모 흥행을 거둔 건 무엇보다 글로벌 AI 투자 붐에 올라탄 덕으로 보인다. 스페이스X는 투자설명서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잠재시장을 발견했다’며 그 규모를 28조5000억달러(약 4경3300조원)로 제시하면서 그중 93%가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AI 분야라고 내다봤다. 이르면 2028년부터 AI 연산용 위성 배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미국 등 주요국에선 데이터센터의 수요 폭증에 유휴 부지 및 전력망 부족, 환경오염 우려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하면서 태양광을 무한정 쓸 수 있는 우주를 AI 컴퓨팅 공간으로 삼자는 대안이 주목받고 있다. 대기권 밖에서는 지상보다 약 36% 많은 태양 복사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 냉각에 수천만ℓ의 물을 소비해야 하는 지상 데이터센터와 달리 우주 공간으로 열을 방출하는 ‘방사 냉각’ 활용이 스페이스X의 구상이다. 경제성 및 기술적 난관이 크지만, 대기권 밖에 AI를 배치하는 비용이 지상보다 낮아진다면 통신과 AI를 결합해 우주를 연결하는 거대 플랫폼을 독점하겠다는 머스크의 비전이 헛된 꿈은 아닐 것이다.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도 시장은 공모주 청약에만 3500억 달러가 몰릴 정도로 스페이스X에 거액을 베팅했다. 머스크의 성공신화도 한몫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머스크에 맞서 베팅하지 말라’는 문구가 회자하고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도 “머스크에 대한 압도적인 신뢰를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머스크 스스로 이번 상장을 통해 인류 최초의 조만장자에 올라섰고, 24년 전 허름한 창고에서부터 동고동락해온 스페이스X의 전·현직 동료 4400여명과 투자자가 백만장자·억만장자에 등극하는 모습을 전 세계가 목도했다.
우리 창업 생태계는 머스크와 같은 혁신적 기업가를 배출할 수 있는 환경인지 묻고 싶다. 지난 1분기 신규 벤처투자는 역대 두 번째 실적을 거뒀는데도 업력 3년 이하 기업에 대한 투자는 외려 9.5% 줄었다. 안 그래도 기존 투자기업 중심의 추가 ‘수혈’에 치우치는 경향이 짙은데, 신규 투자마저 안전 위주라면 혁신기업이 대를 이어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 목표대로 ‘벤처 4대 강국’ 도약을 위해선 민간자본이 신생기업에도 흘러들도록 획기적인 인센티브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