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이란 남부 여학교 공습 사건과 관련해 “누구도 고의로 그런 일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이란이 한 일”이라고 주장했던 데서, 미군 오폭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쪽으로 발언 수위를 낮춘 것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2월 이란 초등학교 공습 사건에 대한 미국의 책임 소재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그 사안은 조사 중”이라면서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전쟁은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조사 내용을 공개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국방부가 해당 사안을 조사 중이라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문의하라고 답했다.
이번 발언은 사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입장과 차이가 있다. 그는 지난 3월 초에는 해당 공습에 대해 “이란이 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고, 이어 이란도 토마호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러나 미 팩트체크 매체 폴리티팩트는 이란이나 이스라엘 등 당시 교전 당사국 가운데 토마호크 보유가 확인된 국가는 미국뿐이라며 이 주장을 ‘거짓’으로 판정했다. 미 CBS방도 트럼프 대통령이 별다른 근거 제시 없이 이란 책임론을 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언급을 두고 해당 공습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에 가장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이란 전쟁 개전 첫날인 지난 2월28일 이란 남부 미나브 지역의 한 여자 초등학교가 미국의 공습을 당해 이 학교에 다니던 어린이와 교사 등 최소 175명이 숨졌다.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미군은 자체 조사에 착수했고, 학교 인근에 있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 기지를 겨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표적 설정 오류 탓에 오폭을 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달에는 중동 작전을 관할하는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이 미 의회에 출석해 해당 여학교가 이란 순항미사일 기지 내에 있었다면서 조사가 “복잡한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권단체들은 앞서 이 사건과 관련해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 바 있다.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 3월 미군의 예비 조사 결과를 두고 책임 없는 실수로 축소될 수 없다고 비판했고, 국제앰네스티도 미군이 해당 건물이 학교였음을 “알 수 있었고, 알았어야 했다”며 미국 당국에 투명하고 철저한 조사 결과 공개를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