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8일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의 새로운 고지에 올랐다.
8천피(코스피 8,000)를 돌파한 이후 한 달여 만에 '9천피'(코스피 9,000)에 올라 한국 자본시장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52분 현재 코스피는 9,000.68을 기록하며 9천피 시대를 열었다.
전 거래일 대비 20.68포인트(0.23%) 오른 8,884.92로 출발한 지수는 상승 폭을 확대하더니 9,000선마저 넘어섰다.
지난달 15일 사상 처음으로 8,000선을 돌파한 지 34일만, 22거래일만이다.
코스피는 지난해 10월 27일 4,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1월 22일 5,000, 2월 25일 6,000, 지난달 6일과 15일에는 각각 7,000과 8,000을 넘어섰으며, 마침내 이날 9,000선마저 넘었다.
1,000 마디선씩 넘는 기간을 살펴보면 4,000에서 5,000까지 87일, 이후 6,000까지 34일, 7,000까지 70일, 8,000까지 9일이 걸렸다.
연초 이후 코스피는 전 거래일까지 110.34% 오르며 전 세계 주요 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이 11.96%, S&P 500이 8.39%, 다우존스가 7.13%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가히 압도적이다.
이에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도 7천300조원을 넘어섰다.
코스피 고공 행진의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주다.
인공지능(AI) 산업 혁명에 대한 기대감에 관련 종목에 증시 자금이 쏠리면서 '반도체 투 톱'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가 급등한 영향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오는 8월 미국주식 예탁증서(ADR) 상장에 대한 단기 수급 모멘텀 기대감도 더해졌다.
이에 시총 1위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188.99% 올랐고 2위 SK하이닉스는 287.25% 상승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여기에 지난달 27일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도 출시하면서 이들 종목에 자금이 쏠린 점도 지수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두 종목이 유가증권시장 내 비중은 각각 28.17%, 25.84%로 50%가 훌쩍 넘는다.
매크로 환경 개선도 지수를 밀어 올렸다.
그간 100일 넘게 국내외 증시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리스크가 양국의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으로 크게 축소됐다.
양국 합의에 막혀 있던 '기름 길'이 다시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인플레이션을 부추긴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대로 내려오면서 물가 상승 우려도 완화했다.
간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인 스탠스를 취하면서 증시 동력이 살짝 꺾이는 것 아닌가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이미 기세가 등등한 코스피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수급상으로는 단연 개인 투자자의 공이다.
개인 투자자는 올해 들어서만 전 거래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73조3천530억원 순매수하며 유동성을 공급했다.
외국인이 121조1천340억원 '투매'했지만 34조2천330억원 순매수한 기관과 함께 개인이 증시를 떠받쳤다.
특히 코스피가 8,000선을 돌파한 지난달 15일부터 전날까지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3조7천900억원 순매수했다.
반도체 슈퍼 호황에다 상법 개정 등 정치권의 자본 시장 선진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에 '포모'(FOMO·소외 공포)까지 더해지면서 개인 자금이 유입된 결과다.
개인 자금이 자본 시장으로 대거 이동하는 '머니 무브'가 실탄 역할을 했다.
은행권에서 신용 대출 문턱을 높이기도 했지만 개인의 증시 유입은 지속했다.
이 기간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수량 및 금액 기준으로는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시장 과열을 우려하면서도 코스피 10,000선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코스피가 최대 10,400까지, 하나증권은 10,380까지, KB증권은 10,500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각각 전망했다.
DB증권은 11,700, 대신증권은 11,500까지 제시했다.
글로벌 투자 은행(IB) 중에서는 JP모건과 모건스탠리가 강세장 시나리오에서 각각 10,000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AI 서버용 D램의 경우 전체 거래의 70% 가까이가 장기 계약 형태로 진행 중이고 비반도체 업종의 경우 상법 개정 시행과 대규모 자사주 소각 공시, 주주 친화 정책 강화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기 과열 해소 및 매물 소화 국면은 감안해야겠지만 실적에 근거한 밸류에이션 정상화로 코스피 사상 최고치 행진은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과열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한국형 공포 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낮 12시 52분 현재 77.90으로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지수가 신기록 행진을 할 때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쏠림 현상이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종전 MOU 합의 이후 반도체주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고 건설주 등 재건주와 방산주 등으로 순환매가 조금씩 돌고는 있지만 쏠림 현상은 여전한 상태다.
전 거래일의 경우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가 상승한 종목이 349개였던 데 반해 하락 종목은 526개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5월 코스피 성과를 상회한 업종은 IT 하드웨어, 반도체, 자동차, 보험 등 4개에 불과했으나, 6월 들어서는 소매·유통, 보험, 은행, 반도체 등 11개"라며 "업종 간 순환매, 성과 분산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소수 업종 쏠림 현상이 촉발했던 FOMO 현상을 진정시켜 줄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그는 "물론 순환매 장세 혹은 키 맞추기가 나타난다고 해도 실적 및 내러티브 보유 관점에서 반도체와 MLCC 등 기존 AI 밸류 체인 주도주 비중 확대 전략은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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