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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유별난 황금 사랑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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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구촌의 시선은 온통 북중미 월드컵에 쏠려 있다. 우승국에 수여되는 트로피는 1974년 독일(당시 서독) 대회부터 쓰여 역사가 50년이 넘었다. 이탈리아 조각가 실비오 가자즈니가 제작한 것으로 높이 36㎝, 무게 6.175㎏이며 18K 금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2025년 8월 지안니 인판티노 국제축구협회(FIFA·피파) 회장이 월드컵 트로피 실물을 들고 백악관을 방문했다. 미국이 월드컵 공동 주최국이기 때문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인판티노가 건넨 트로피를 만지며 “아름다운 금붙이”(beautiful piece of gold)라고 칭찬했다. 심지어 “이걸 내가 소장해도 되느냐”고까지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7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의 안내를 받으며 파리 인근 베르사유궁에 들어서 만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마크롱의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 마크롱 SNS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7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의 안내를 받으며 파리 인근 베르사유궁에 들어서 만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마크롱의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 마크롱 SNS 캡처

트럼프는 자신의 집권기를 흔히 미국의 ‘황금 시대(Golden Age)’라고 부른다. 야당이나 비판자들이 볼 때에는 미국이 뭔가 잘못된 길로 가는 듯한데도 “지금이 바로 미국의 황금 시대”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중국·러시아 등 적대적 국가들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에 맞서 미국 본토를 지킬 새로운 방공 시스템에 트럼프가 붙인 이름은 ‘골든 돔’(Golden Dome)이다. 뉴욕에 있는 트럼프 소유의 ‘트럼프 타워’ 최상층 아파트는 온통 금으로 뒤덮여 있다. 트럼프가 주말 등 공휴일 또는 휴가를 보내는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리조트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백악관 집무실 등도 황금 장식으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미국의 부상 이전에 세계를 호령했던 영국·프랑스 등 유럽 강대국들은 오랫동안 절대 왕정이 통치를 했다. 오늘날 영국에 왕실은 남아 있지만 아무런 힘이 없다. 프랑스의 경우 아예 군주제를 폐지하고 공화국이 되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과거 유럽 국왕들이 누린 것과 같은 막대한 권력을 동경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때 미국을 식민지로 지배한 영국의 찰스 3세 국왕은 얼마 전 미국을 국빈으로 찾아 트럼프로부터 극진한 예우를 받았다. 앞서 2025년 9월 영국 방문 당시 런던 외곽 윈저궁(宮)에서 찰스 3세가 베푼 국빈 만찬에 참석한 트럼프는 “내 생애 최고의 영예”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왼쪽)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 베르사유궁에서의 만찬 도중 미국·이란 전쟁 종전 협정에 서명한 뒤 해당 문서를 들어 보이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앞줄 오른쪽) 등이 손뼉을 치고 있다. 트럼프 바로 뒤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마크롱 SNS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왼쪽)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 베르사유궁에서의 만찬 도중 미국·이란 전쟁 종전 협정에 서명한 뒤 해당 문서를 들어 보이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앞줄 오른쪽) 등이 손뼉을 치고 있다. 트럼프 바로 뒤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마크롱 SNS 캡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의 이 같은 특성을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휴양 도시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마친 트럼프는 17일 저녁 파리 외곽 베르사유 궁전으로 초대를 받았다. 이는 ‘태양왕’ 루이 14세(1643∼1715년 재위)가 누린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호화로운 궁전이다. 마크롱은 올해가 미국 독립 250주년이란 점을 강조하며 트럼프 일행에게 호화로운 만찬을 대접했다. 트럼프는 “베르사유궁에 금이 많이 장식돼 있다는 점이 퍽 마음에 든다”며 “이건 ‘금박’(gold leaf)이 아니고 ‘진짜 금’(real deal)”이란 찬사를 바쳤다. 트럼프 시대를 맞아 강대국 외교의 시계가 수백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