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권 메가시티 사용설명서/ 김시덕/ 열린책들/ 2만4000원
2018년 ‘서울선언’이후 다섯 번째로 나온 한국 도시 아카이브 시리즈. 발로 쓴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주)봉명주공1단지에 도착한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주한미군 기지나 산업도시의 사택 단지 같은 경관이 펼쳐져 있던 것입니다. 저는 태어나서 거의 대부분을 아파트단지에서 살아왔습니다. 잠실·반포·개포주공1단지 같은 유명한 주공아파트들을 거쳐왔고, 그런 추억이 있다 보니 여러 대도시의 주공아파트도 적극적으로 답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주의 봉명주공1단지 같은 곳은 처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1층짜리 건물들의 집합체를 과연 주공아파트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의아함이 들었다가,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는 그곳의 경관에 감탄하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도시 인문학자이자 답사가인 저자는 이처럼 대전·세종·청주를 잇는 중부권 메가시티를 샅샅이 훑는다. 행정 권력과 산업, 교통망과 생활권의 변화 속에서 세종권역 등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축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중부권에는 두 개의 거대한 힘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하나는 청주 서북부의 오송·오창·SK하이닉스 등 서울과 강남을 향해 인구·자본·산업이 끌어당겨지는 중부권의 원심력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 권력과 행정 기능을 바탕으로 세종과 대전을 중심에 모아내는 구심력이다. 대전·세종·청주를 잇는 중부권 메가시티는 바로 이 두 흐름이 충돌하고 교차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현장이다.
부동산 관련 서적은 넘쳐나지만 이 책은 도시를 단순한 개발이나 부동산의 관점 그 이상의 본질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 충주에서 청주로,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동한 충청권의 중심축을 따라가며 교통망과 산업 구조가 어떻게 지역의 운명을 바꾸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세종시의 형성과 오송역의 성장, 청주 서북부 반도체 산업의 확대를 통해 국가 정책과 기업의 투자, 인구 이동이 하나의 거대한 생활권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를 추적한다. 당대 한국 경제와 산업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이 담겨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