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드론을 준비하지 않은 군대에 승리는 없다. 최근 이란은 미군의 E-3 조기경보통제기를 드론으로 격파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수천 달러짜리 자폭드론이 수억 달러짜리 전략자산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사실은 현대전의 새로운 현실을 보여준다.
미·이란 전쟁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참전국들은 드론과 미사일을 결합한 대규모 공격과 방어를 전개하며 미래 전쟁의 모습을 선보였다. 이제 드론은 전쟁 양상을 바꾸는 주력 무기로 자리 잡았다.
과거 정보감시정찰(ISR)을 담당하던 드론은 이제 고가의 정밀유도무기를 대체하는 ‘저렴한 스마트 폭탄’이자 핵심 타격 수단이 되었다. 값싼 드론을 대량 투입해 상대의 방어 전력과 지휘 체계를 소진시키고, 미사일과 유인 전력으로 후속 공격하는 방식이 새로운 전쟁의 표준이 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우크라이나 파병의 교훈을 흡수하며 드론 전력을 빠르게 확대하여 한반도에 새로운 안보 위협을 부상시켰다.
한국은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군용 드론을 개발하여 현재 1200여기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중고도 무인정찰기 RQ-105K를 실전 배치했고, 공격형 드론 MQ-105K도 곧 배치된다. 그러나 미래전의 중심인 저가 양산형 자폭드론은 여전히 경쟁력이 부족하다. 정부는 과거 군용 드론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여 대기업 참여를 제한했고, 그 결과 대량생산 체계 구축과 투자 확대가 지연됐다. 지금도 핵심 소재와 부품 공급망을 중국에 크게 의존하여 유사시 대량생산이 불가능해질 위험성까지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격용 드론의 공동생산을 추진하겠다는 미국과 일본의 공식 발표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미국은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자율운용 기술과 작전개념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고, 일본은 정밀부품과 배터리 등 핵심 기술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체계 통합 능력과 방산 생산 역량을 갖춘 한국이 참여한다면 중국 중심 공급망에 대응하는 새로운 동맹형 드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한국은 방관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어, 한·미·일 3국 드론 협력체제를 발전시켜야 한다.
최근 정부는 향후 5년간 2조원 규모의 드론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드론·대드론 전략을 발표했다. 그러나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 군은 감시·정찰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저가 자폭드론을 탄약처럼 활용하는 새로운 드론전 교리를 정착시켜야 한다. 또한 수억 원짜리 미사일로 수십만 원짜리 드론을 요격하는 비용 역전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요격 전용 드론이나 레이저 요격 체계 등 고효율 대드론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AI-MUM-T)를 구축하고, 드론 대량생산 능력과 전시 생산체계를 확보해야 한다. AI가 미래 전쟁의 논리층이라면 드론은 물리층이기 때문이다.
외교적으로도 한·미 정상회담과 한·미·일 국방장관회의를 통해 드론 협력을 공식 의제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선 3국 공동의 드론 공급망을 구축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통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한국은 전술급 자폭드론 생산, 일본은 해양 드론과 핵심 부품, 미국은 AI 자율운용 기술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을 추진할 수 있다. 나아가 공동 작전개념과 연합훈련을 발전시키고, 위기 시 상호 생산을 보장하는 전시 생산 협력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역사를 살펴봐도 값비싼 무기만으로 승패가 결정되지 않았다. 지금 전장의 승패는 드론을 얼마나 빠르게 많이 만들고 효율적으로 소모하느냐에 달려 있다. 북한이 참전 경험을 토대로 드론 전력을 급속히 증강하고, 중국·러시아·북한이 군사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지금, 한·미·일 드론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미래 드론전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자유 진영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이고도 실용주의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