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기업 채용전형도 변화시켰다. AI 기반의 인·적성 또는 역량 검사는 거의 공통 필수가 됐고, 별도로 실기나 PT(발표) 면접을 통해 AI 활용능력을 확인하는 곳도 있다. 취업준비생에게 ‘AI 리터러시(문해력)’는 기본 자질이 됐다. 안 그래도 자격증 취득, 영어시험 응시, 취업 컨설팅 등으로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취준생 입장에선 AI 구독료까지 부담이 더해졌다. 작년 기준 대졸 취준생 1인당 연평균 사교육비는 455만원으로 집계됐다(잡코리아).
AI를 인사업무에 도입한 기업은 주로 채용에 접목했다. AI 기반 검사는 물론이고 AI로 직접 면접을 진행하기도 한다. 시간·업무 부담을 줄이려고 입사 지원서류 검토에도 쓴다. 데이터에 기반한 판단을 위해 대면 면접에도 활용하는 추세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종 채용 여부 결정은 사람의 몫이다. AI의 판단이 과연 공정성, 객관성을 담보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게 인사 실무자들의 전언이다.
AI의 발달은 부작용도 낳았다. AI에 작성 대부분을 의존한 ‘표절’ 자기소개서·이력서를 취업용으로 제출하는 이가 적지 않다고 한다. 기업 역시 판별을 위해 AI를 이용한다. AI로 ‘AI 자소서’를 탐지한다니 촌극이 아닐 수 없다. 채용 공고문에 ‘AI 활용 및 표절 여부를 철저히 검증해 불이익 가능’이라 경고하는 기업도 나타났다. 역시 탐지 결과를 100% 확신할 수 없다 보니 참고정보로만 활용된다는 전언이다. 채용 당락에 면접 비중이 높아진 게 현실인데, 옷·머리·화장까지 신경 쓰면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이 비용을 아끼려는 AI 생성 증명사진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실제 모습과 달라 면접장에서 혼선이 빚어지다 보니 AI 활용 사진을 금지하는 공지도 등장했다.
그제부터 세 자릿수 단위의 신입사원 수시 채용에 들어간 SK하이닉스가 AI 시대를 대비해 학력 제한을 전면 철폐했다. 창의적 인재를 발굴하려고 채용 기준을 혁신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하고 글로벌 빅테크(거대기술기업)는 이미 학력을 중시하지 않는다. SK하이닉스의 시도가 성공해서 사교육과 수도권 집중 등 온갖 폐해를 낳은 학력 중시 풍토가 사라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