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의 ‘스페이스X 공모주 0주 배정’ 사태 원인을 둘러싸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시장에선 글로벌 증권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던 청약규모와 국내 규제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과 미국의 기업공개(IPO) 공모체계 차이도 존재하는 만큼, 향후 앤트로픽·오픈AI 등 해외 대규모 IPO를 앞두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과 금융당국은 이번 스페이스X 공모주 배정 무산 경위를 파악하고 있지만 명확한 원인은 미궁 속이다. 업계에선 한국과 미국 간 공모체계 차이로 인한 청약규모 차이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당초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4월 인수단 참여 당시 50억달러 규모의 공모물량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 공모 총액(750억달러)의 6%가 넘는 규모지만, 실제 청약규모는 5억달러 수준에 그쳤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이 불가능했던 점이 결정적이었다. 국내에서는 금융투자협회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IPO 시 일반 청약자에게 공모주의 25% 이상을 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청약을 진행하려면 금융당국에 기업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최소 15영업일의 심사를 거쳐 효력이 발생한다. 이후 청약 절차를 거치게 된다.
스페이스X 입장에선 증권신고서 제출을 위한 공시서류 작성, 번역, 법률 검토 등 행정 부담과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 미국 IPO 규정에 맞춰 상장 일주일 전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애초에 현 제도상으론 개인투자자 대상 청약이 불가능했던 구조다.
결국 미래에셋증권은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모 청약으로 방향을 틀었고, 전체적인 청약규모가 축소되면서 인수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일본의 미즈호증권은 일반 공모를 진행해 62억달러를 모았고, 예상보다 7배 많은 22억달러의 공모주 물량을 배정받았다. 1989년 도입된 ‘비상장공모(POWL)’ 제도를 통해 외국 기업이 일본 증시에 상장하지 않고도 자국 투자자들이 공모주를 살 수 있도록 한 덕분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미래에셋증권이 청약규모에서 해외 경쟁사들에 밀린 결과”라며 “주관사의 재량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일본의 미즈호증권처럼 청약규모가 더 큰 곳에 당연히 물량을 밀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공모체계 간극으로 향후 해외 우량주의 IPO 때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소외당하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오는 9∼10월 엔트로픽·오픈AI 등 국내 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미국 대형사들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국제적 흐름에 맞춰 국내 공모제도를 속히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현재 국내 증권사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긴 시간이 소요되는데, 미국 주관사는 장기 투자할 기관 위주로 빠르게 물량을 넘기길 원한다”며 “해외 우량 기업 IPO에 참여하는 국내 투자은행(IB)에 한해서는 공모 규제 적용을 유연화하거나, 사후 보고 형태로 규제를 완화하는 ‘해외 IPO 패스트트랙’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제도를 고쳐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공모제도의 문턱을 성급히 낮췄다간 투자자 피해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데다 최근 고환율 상황에서 오히려 달러 수요 확대에 불을 붙이는 격이 될 수 있어서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에도 당국의 고환율 우려에 미래에셋증권이 청약규모를 축소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국내 개인투자자가 소외당하지 않으려면 장기적으로 공모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