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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점 넘어서는 선관위 무능… 2025년 대선 ‘타인 서명’ 235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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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인 명부 등 부실 관리 반복
잠실 투표록엔 대응 혼란 여실히
“선관위, 용지 교부 요청 무응답”
여야 국조계획서 의결… 특위 가동

‘선관위 불신’ 극에 달한 국민들… 선거소청 최소 4배 폭증
271건 접수… 2022년 지선 땐 45건
“과거 총선·대선 때도 투표지 부족”
외유성 해외 출장 논란도 후폭풍
8월1일까지 국조 통해 책임 규명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무능과 부실이 누적된 끝에 터진 예고된 참사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단순한 행정 착오나 수요 예측 실패로 보기 어려울 만큼 과거에도 각급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와 대응 매뉴얼 부재로 크고 작은 사고가 반복됐고, 내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까지 겹치며 선거 관리 시스템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국정조사계획서를 채택했고,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곧바로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지난해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선거인이 타인의 선거인명부에 서명한 사례가 전국적으로 2000건 넘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인명부 서명 착오 사례의 전체 규모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3 지방선거에서도 유사 사례가 발생한 만큼 선관위가 관리 부실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 17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습. 연합뉴스
지난 17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이날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공직선거 절차사무 개선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선거인이 타인의 선거인명부 서명란에 서명한 사례는 전국에서 총 2359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554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 245건, 인천 161건, 경북 123건 등이 뒤를 이었다.

 

통상 선거인은 투표소에서 신분 확인을 거친 뒤 투표용지를 받을 때 선거인명부상 본인 이름 옆 수령인란에 서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선거인이 실수로 다른 칸에 서명하거나, 투표사무원이 동명이인의 다른 서명란을 안내하며 이 같은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경기 안양시 동안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유권자의 투표용지 수령인란에 타인의 서명이 돼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강원 춘천시 남면 소재 투표소에서도 이름이 비슷한 다른 유권자에게 잘못 서명을 받은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선관위가 지난해 12월 개정한 ‘공직선거 절차사무편람’에는 동명이인의 경우 생년월일을 구두로 확인하도록 하고, 선거인명부 대조 보조용구인 ‘자’ 등을 활용해 정확히 서명하도록 하는 등 개선 방안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사 사례가 반복됐다. 지난 3일 부산 사상구 엄궁동의 한 투표소에서도 “선거인명부에 이미 서명이 돼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확인 결과 동명이인인 다른 유권자가 서명란에 잘못 서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거인명부 착오 서명이 곧바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선거 때마다 중복투표나 대리투표 의혹의 근거로 활용되는 등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리는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표록에 드러난 선관위 부실 대응

 

투표용지 부족 사례는 과거 선거에서도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투표용지 부족을 예상해 선관위가 추가로 용지를 전달한 투표소가 2022년 지방선거 2곳, 2024년 총선 1곳, 지난해 대선 42곳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들 투표소에선 이번 지방선거 때처럼 투표 중단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이 발생했던 투표소의 투표록에서 선관위의 허술한 현장 대응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송파구 52개 투표소 투표록에는 현장에서 추가 용지 교부를 요구했음에도 선관위가 응답을 하지 않거나, 용지 부족으로 대기하던 선거인이 결국 투표를 포기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잠실2동 제2투표소의 투표록에는 오후 6시 이후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한 최초 대기인이 12명이었고, 이 중 5명이 돌아가 7명만 남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잠실2동 제6투표소는 오후 2시53분 투표용지 부족을 인지하고 선관위에 추가 교부를 요청했지만, 선관위로부터 ‘모니터링 중’이라는 회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가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했으나 연락이 없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6투표소의 투표록. 투표용지가 소진된 시점인 오후 4시35분 이후 기록부터 급히 작성한 듯 글씨가 흐트러져 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6투표소의 투표록. 투표용지가 소진된 시점인 오후 4시35분 이후 기록부터 급히 작성한 듯 글씨가 흐트러져 있다.

◆외유성 출장에 소청 폭증… 불신 선관위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뿐 아니라 다른 선관위 직원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까지 약 5년간 선관위 직원 총 461명(복수 참여)이 107차례에 걸쳐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대선을 참관한다는 이유로 휴양지인 몰디브를 방문하고, 헝가리 소수민족의 정치·투표 참여 연구를 주제로 인근 오스트리아와 체코 등 유명 관광지를 다녀오기도 했다.

 

김 의원은 2023년 선관위의 22대 총선 재외선거 대비 외유성 해외 출장(캄보디아 시엠레아프, 일본 오사카)에 더불어민주당 직원 2명이 동행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관위는 “해당 출장을 계획하면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참관인 추천을 요청했으나, 국민의힘은 참관인 추천이 없어 민주당이 추천한 인사만 참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18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 관련 조형물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18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 관련 조형물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태로 6·3 지방선거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며 선거·당선을 무효화해 달라는 선거소청이 2022년 지방선거 대비 최소 6배 이상 많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선관위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선거무효 소청 기한인 전날까지 중앙선관위에 접수된 선거소청은 271건이다. 16일까지 중앙선관위에 접수된 선거소청은 99건이었는데 전날 하루 만에 170건 넘는 소청이 추가로 제기된 것이다.

 

세계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선관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땐 총 45건,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총 11건의 선거소청이 제기됐는데, 이번 지방선거의 경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선관위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고 ‘재선거’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소청이 빗발친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이날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국정조사계획서를 채택하면서 국회 국정조사가 8월1일까지 45일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