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달라하라=남정훈 기자] 결정적인 수비 실수 하나에 무너지고 말았다. 홍명보호가 A조 1위를 가리는 멕시코전에서 후반 초반 결정적인 수비 실수 하나에 실점하면서 패하고 말았다. 멕시코의 A조 1위가 확정되면서 홍명보호로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승리해 조 2위에 오르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가 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지난 12일 체코와의 첫 경기에서 선제골을 허용하고도 두 골을 내리 넣으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지만, 이번엔 그런 반전은 일어나진 않았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1승1패, 승점 3에 그대로 머물렀다. 반면 승점 3을 챙긴 멕시코가 2승, 승점 6으로 A조 1위를 확정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부터는 순위 산정 방식이 승점-승자승-골득실-다득점이다. 멕시코가 25일 체코전에서 패하고, 한국이 남아공을 잡아서 2승1패, 승점 6이 되더라도 승자승 원칙에 의해 멕시코가 더 높은 순위를 점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선 25일 남아공전을 이기거나 비겨야만 자력으로 조 2위를 차지할 수 있다. 승리하면 승점 6으로 안정적으로 조 2위를 확정짓고, 비겨도 승점 4로 조 2위를 차지한다. 체코가 멕시코를 이겨 승점 4가 되더라도 승자승 원칙에서 한국이 앞서기 때문이다.
만약 남아공에게 패하고, 이미 조 1위를 확정한 멕시코가 힘을 빼고 체코전에 임해 체코가 승리할 경우엔 1승2패, 승점 3으로 1승1무1패, 승점 4를 챙기는 체코, 남아공에게 밀려 조 최하위로 밀리는 경우의 수가 생겼다.
지난 12일 체코와의 첫 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던 홍명보 감독은 라인업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 체코전에서 왼쪽 윙백으로 나섰던 이태석을 빼고, 그 자리에 설영우를 옮기고 오른쪽 윙백에는 김문환을 기용했다. 나머지는 체코전에서 나섰던 선수들을 그대로 선발 라인업에 세웠다. 주장 손흥민이 원톱으로 나선 가운데, 이재성과 이강인이 좌우에 배치됐다. 중원은 체코전 1골 1도움으로 역전승의 일등공신이었던 황인범에 파트너는 백승호를 그대로 유지했다. 좌우 윙백엔 설영우와 김문환, 스리백은 이기혁, 김민재, 이한범이 맡았고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꼈다.
선수 소개 때부터 한국 선수들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멕시코 홈팬들은 강한 야유를 퍼부었다. 한국 축구의 상징이자 주장인 손흥민이 소개될 때 야유 소리가 가장 컸다. 킥오프하고 나서도 한국 선수들이 공만 잡아도 에스타디오 아크론의 대부분을 차지한 멕시코 홈팬들은 야유를 날렸다.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도 홍명보호는 흔들리지 않고 멕시코와 치열한 전방 압박을 펼치며 주도권 싸움에서 결코 밀리지 않았다.
이렇다 할 슈팅 없이 주도권 싸움이 이어지던 전반 16분, 한국이 먼저 결정적인 기회를 맞이했다. 하프라인 부근 오른쪽에서 이강인의 침투 패스가 전방으로 향했고, 손흥민이 수비 뒷 공간을 침투해 이를 받아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로빙 슈팅을 날렸다. 이를 끝까지 쫓은 멕시코 수비가 공이 골라인을 통과하지 전에 시저스킥으로 저지했다. 결정적인 장면이었지만, 부심의 오프사이드기가 올라갔다. 멕시코도 결정적인 장면을 잡았다. 전반 20분 로베르토 알바라도가 오른쪽 측면에서 넘긴 크로스를 훌리안 퀴뇨네스가 헤더로 연결했지만, 김승규가 몸을 날려 잡아내면서 실점을 막았다.
이후에도 한국은 홈팀 멕시코와 대등히 맞섰다. 특유의 패스 게임으로 상대 수비를 끌어낸 뒤 이강인의 로빙 패스로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전술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멕시코 수비도 이를 분석하고 나온 듯, 한국은 계속 오프사이드에 걸리는 모습이었다. 유효슈팅은커녕 슈팅조차 때리지 못하던 한국은 전반 40분, 첫 슈팅이 나왔다. 이재성이 후방에서 전방까지 올라온 설영우에게 침투 패스를 보냈고, 이를 받은 설영우가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대 옆그물을 지나고 말았다.
결국 두 팀은 0-0으로 전반을 마쳤다. 전반에서 빌드업 과정이나 패스의 질 등 경기력 자체는 멕시코에 비해 한국이 한 수 위였던 만큼, 후반전을 기대케 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후반 5분, 수비 실 수 한 번에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왼쪽 측면에서 키뇨네스의 크로스를 라울 히메네스가 이한범과 경합하며 헤더를 시도했다. 빗맞은 공은 높이 솟구쳐 올랐다. 이를 김승규가 잡으려 나왔으나 그 아래에 있던 이기혁과 충돌하면서 공이 흘러나왔고, 이를 루이스 로모가 빈 골문에 밀어넣으면서 0의 균형을 깼다. 최종 엔트리에 깜짝 발탁돼 체코전을 통해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이기혁은 이날 전반까지도 탄탄한 수비와 전방으로 뿌려주는 패스로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지만, 한 순간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한국도 후반 10분, 동점골 찬스를 잡았다. 후방에서 침투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골문 앞에서 상대 수비를 벗겨내려 접다가 공을 뺏기면서 슈팅도 시도하지 못했다.
끌려가던 홍명보 감독은 일찌감치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12분 손흥민과 이재성을 동시에 빼고 체코전 역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오현규와 황희찬을 투입하며 공격진에 변화를 줬다. 체코전에서 골을 넣지 못했지만, 6개의 슈팅을 때렸던 손흥민이지만, 이날은 슈팅은 물론 유효슈팅도 하나도 없었다. 전반에 나온 기가 막힌 로빙슛은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인해 슈팅으로 기록되지 못했다.
이후에도 한국은 이렇다할 찬스를 잡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30분, 멕시코의 골잡이 히메네스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허용했으나 히메네스의 오른발 슈팅을 김승규가 막아내면서 실점 위기를 넘겼다. 김승규는 후반 40분에도 오베드 바르가스의 오른발 슈팅을 막아내며 또 한 번 실점을 막아냈다.
계속 끌려가던 후반 41분, 한국은 결정적인 찬스를 맞이했다. 공격력과 제공권 강화를 위해 투입한 조규성이 왼쪽에서 엄지성이 올린 크로스에 헤더를 정확하게 연결했으나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제대로 공을 잡지 못한 틈에 양현준도 슈팅을 시도했지만, 멕시코 골라인을 넘기는 데는 실패했다. 이후 라인을 내리고 수비에 집중한 멕시코의 철통 수비를 뚫는데 실패하면서 0-1 패배가 그대로 확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