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헌법 개정을 위한 정지 작업 성격으로 평가되는 국민투표법 개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 NHK방송 등에 따르면 개헌 절차를 규정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이날 중의원(하원)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제1야당인 중도개혁연합 등의 찬성으로 가결돼 참의원(상원)으로 넘겨졌다.
자민당·유신회와 국민민주당, 참정당이 공동 제출한 개정안은 현행 공직선거법에 맞춰 국민투표 입회인 선임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악천후 등으로 인해 낙도 등지에서 투표함을 정해진 개표소로 운반하기 힘든 경우 현지에서 개표가 가능하도록 했고, 이를 위한 개표 입회인 선임 요건도 규정했다.
아울러 AM방송에 한정된 헌법 개정안 홍보를 FM방송에서도 할 수 있게 했다.
이날 국회 표결에서는 개정안을 공동 제출한 4당 외에 중도개혁연합, 팀 미라이가 가결에 힘을 보탰고 공산당 등은 반대표를 던졌다. 개정안은 오는 24일 참의원 헌법심사회에서 심의에 착수해 다음달 중순까지로 예정된 특별국회 회기 내에 처리될 전망이다.
개정안을 제출한 정당들은 모두 개헌에 긍정적인 입장이어서 헌법 개정 절차법인 국민투표법을 개정하는 것은 개헌 논의를 앞당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난 2월 조기 총선에서 역사적 대승을 거둔 후 “가능한 한 빨리 개헌 국민투표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겠다”며 헌법 개정에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현재 중의원에서는 연립 여당이 헌법 개정안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의석을 크게 넘어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다.
자민당은 그동안 긴급사태조항, 선거구 합구(合區) 해소, 교육 충실, 자위대 명기 4개 항목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를 전개해왔다. 이 가운데 실질적 군대인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해 위헌 논란을 해소하자는 주장이 최대 쟁점이다.
자민당은 지난해 말 이른바 ‘평화헌법’의 핵심인 헌법 9조를 유지하면서 ‘우리나라(일본)의 평화와 독립을 수호하고 국가·국민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위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막지 않고, 실력 조직으로서 총리를 최고 지위 감독자로 하는 자위대를 보유한다’는 문구를 넣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우익 성향의 유신회는 자민당 안에서 한발 더 나아가 9조 2항(전력 미보유, 교전권 부인)을 삭제하고 ‘국방군’을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헌 논의가 무르익는다면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반면 야권은 자위대 명기만을 위한 원 포인트성 개헌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현재 중의원 헌법심사회에서는 긴급사태 조항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여기에는 국민민주당도 찬성 입장인 만큼, 여당은 이를 중심으로 개헌안을 만들어 조속한 국민투표 실시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중의원을 통과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에는 정당 로고송이나 인터넷 광고, 선거 운동 자금 규제 등의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이를 ‘신속히 검토해 필요한 법제상 조치를 취한다’는 부속 결의가 채택됐다.
현행 국민투표법에는 중·참의원 선거와 달리 인터넷 광고 등에 비용 상한 규제가 없어 자금력이 있는 쪽이 유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간 야권에서는 개헌 논의가 불거질 때마다 광고 규제가 정비되지 않는 한 국민투표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서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