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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세운4구역 사업시행 인가 고시…갈등 격화 예고

정문헌 종로구청장, 퇴임 앞두고 직접 결재
인가 중단 요구한 당선인·국가유산청과 충돌
與 박주민·전현희 의원 “즉각 철회하라”

서울 종로구가 19일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시행계획안을 인가했다. 국민의힘 소속 정문헌 종로구청장이 임기를 11일 남긴 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찬종 종로구청장 당선인이 최근 세운4구역 사업시행계획 인가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는 입장을 밝혔던 만큼 갈등과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 종묘와 세운4구역 모습. 연합뉴스
서울 종묘와 세운4구역 모습. 연합뉴스

종로구는 19일 구보를 통해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를 고시했다. 인가안이 법적 효력을 발휘하면서 세운4구역은 국가유산청 자문기구인 국가유산위원회의 매장유산 심의만 남기고 모든 행정 절차를 마치게 됐다.

 

그러나 다음 달 1일에 종로구청장이 바뀔 예정인 데다 유산청이 반대하는 만큼 후속 절차 과정에서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유 당선인은 종로구청 인수위원회에 세운4구역을 비롯한 주요 인허가 절차를 자신의 취임 전까지 보류하라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이번 인가는 정 구청장이 직접 기안·결재해 처리했으며 유 당선인 측은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산청이 이번 인가를 직권 취소하거나 철회하도록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는 지난해 10월 사업성 부족으로 재개발이 지지부진했던 세운4구역 건물 높이 제한을 종로 변은 55m에서 98.7m로, 청계천 변 71.9m에서 141.9m로 완화했다. 이를 두고 유산청은 세운4구역에 들어설 고층 건물이 종묘에서 바라보는 경관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산청은 지난달 서울시와 종로구에 ‘세계유산 종묘와 그 역사문화환경 보호에 필요한 조치 이행 명령’ 공문을 보냈다.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한 뒤 결과를 반영해 사업시행계획을 보완·조정하라는 게 골자다. 만일 인가를 강행할 경우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라 인가 처분 취소를 위한 시정명령 및 직권 취소를 주무부처 장관에게 요청할 예정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방자치법 제188조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해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주무부처 장관이 이를 시정·취소·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일대에 대형풍선이 설치돼 있다. 이 대형풍선은 종묘 앞 개발시 높이와 조망 시뮬레이션을 위해 서울시에서 설치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일대에 대형풍선이 설치돼 있다. 이 대형풍선은 종묘 앞 개발시 높이와 조망 시뮬레이션을 위해 서울시에서 설치했다. 뉴시스

반면 서울시는 영향평가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세운4구역이 종묘 경계에서 180m가량 떨어져 있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인 100m 이내에 해당하지 않아 영향평가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시의 주장이다. 사업 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최근 유산청의 명령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정치권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였던 박주민·전현희 의원은 “인가 고시를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600년 세계문화유산 종묘의 가치는 한 번 훼손되면 되돌릴 수 없다”며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사업을 막는 족쇄가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시와 구가 할 일은 강행이 아니라 조정으로 지금이라도 멈추고 평가부터 받아야 한다”며 “당장 강행을 멈추고 고시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유네스코조차 종묘의 경관 훼손을 우려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국가 행정명령 거부, 민의 왜곡, 역사 파괴 무책임 결정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