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60주년을 맞은 람보르기니의 전설적인 슈퍼카 ‘미우라(Miura)’는 최근 포르자, 그란 투리스모, 아스팔트 등 글로벌 레이싱 게임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는 19일 포르자, 그란 투리스모, 아스팔트, 아세토 코르사 등 글로벌 인기 레이싱 게임에서 미우라가 여전히 핵심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1966년 등장해 현대 슈퍼 스포츠카의 원형을 만든 미우라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게임 속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새로운 세대와 만나고 있는 것이다.
1960년대 등장한 클래식카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게임 속에서 사랑받는 것은 단순한 향수 마케팅을 넘어 브랜드 유산을 새로운 세대에게 전달하는 수단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실제 미우라는 람보르기니 역사에서 현대 슈퍼 스포츠카 시대를 연 모델로 평가받는다. 가로배치 미드십 V12 엔진과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당시 고성능 스포츠카의 기준을 바꿨다.
람보르기니는 주요 게임에 미우라 P400과 미우라 S, 미우라 SV, 미우라 콘셉트 등 다양한 모델을 구현했다. 현실에서는 극소수만 소유할 수 있는 희소한 클래식카지만, 게임에서는 전 세계 수많은 이용자가 직접 운전하며 브랜드의 역사와 감성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클래식카의 재조명이 아니다.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시대로 접어들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마케팅 무대가 현실에서 가상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주여주는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다.
과거 자동차 회사들은 엔진 성능과 최고출력, 연비 등 기계적 성능을 앞세워 소비자를 설득했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차량 간 기본 성능 격차가 줄어들면서 브랜드 이미지와 사용자 경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 시대에는 하드웨어 성능이 핵심 경쟁력이었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어떻게 경험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게임과 메타버스는 미래 고객에게 브랜드를 가장 자연스럽게 노출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실제 완성차 업체들은 게임 속으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
기아는 최근 인기 모바일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협업해 EV3, EV4, PV5 패신저를 게임 내 한정 차량으로 선보였다. 이용자들은 전투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아 전기차의 디자인과 브랜드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서울 성수동에서는 게임 세계관과 연계한 체험형 팝업 공간도 운영하며 온라인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했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에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처'를 구축해 아이오닉5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제페토에서는 쏘나타 N라인을 활용한 가상 시승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닌텐도의 인기 게임 ‘마리오 카트’와 협업해 대표 모델들을 게임 속에 구현했고, BMW는 포트나이트에 가상 도시 ‘하이프시티’를 구축해 전기 SUV iX2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더 나아가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게임 플랫폼을 탑재하며 자동차 자체를 ‘움직이는 게임 공간’으로 바꾸는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람보르기니의 미우라도 60년 전 도로 위 혁신의 상징이었던 자동차가 이제는 게임 속에서 브랜드 유산을 전파하는 문화 콘텐츠가 됐다. 주요 게임에 등장하는 미우라는 자동차를 직접 접하기 어려운 젊은 세대에게도 브랜드의 역사와 감성을 전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미래 자동차 산업의 경쟁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본다. SDV 시대에는 자동차가 이동수단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만큼 소비자와의 접점 역시 오프라인 전시장보다 온라인과 가상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 자동차 시장에선 차량 성능뿐 아니라 소비자와의 접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축하느냐가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