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가 입점 업체에 최혜 대우를 요구한 혐의 등에 관해 자진 시정 의사를 밝혔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본안 심의에서 배민과 쿠팡이츠에 대한 제재 수위를 정할 방침인데,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19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과 이달 10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우아한형제들(배민)과 쿠팡(쿠팡이츠)이 신청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신청을 기각하기로 결정했다. 두 회사가 36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 방안을 제시했지만, 사건의 성격과 공익부합성 등을 고려했을 때 개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피해구제와 개선방안 등을 제시하면 공정위가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거쳐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앞서 공정위는 두 회사가 배달앱 입점사에게 다른 배달앱과 동일한 수준의 혜택과 가격 등의 ‘최혜대우’를 강요했다는 혐의에 대해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 격이다. 여기에 더해 배민은 2021년 6월부터 가게배달 대신 ‘배민배달’ 이용을 강제한 혐의와 배민배달이 더 빠른 것처럼 광고하게 한 혐의도 있다. 쿠팡의 경우 와우멤버십에 쿠팡이츠를 끼워팔기했다는 혐의를 별도로 받고 있다.
배민의 경우 3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쿠팡은 최혜대우에 대해서만 신청했다. 배민은 공정위에 제출한 시정방안에서 입점업체의 수수료 인하 등 3년간 3000억원 상당의 상생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쿠팡은 입점업체 재정지원에 4년간 6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두 회사 모두 최혜대우는 폐기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이 동의의결 절차 개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배민과 쿠팡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반행위의 영향을 받은 입점업체와 소비자가 다수 있고, 경쟁제한 효과가 상당했다는 것이다. 배민의 경우 성장단계별 맞춤 프로모션 패키지 지원, 쿠팡은 광고 마케팅 비용 지원 등에서 기존 프로모션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동의의결과 관련한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공정위는 본안 심의로 넘어가 배민과 쿠팡의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과징금 부과 기준이 되는 관련 매출액의 경우 최혜 대우 요구 혐의만으로 배민은 약 7300억원, 쿠팡은 약 7100억원으로 추정됐다. 배민의 경우 배민배달 우대와 부당광고 혐의 관련 매출액이 약 7조7800억원, 쿠팡의 끼워팔기 혐의는 약 5조2600억원으로 추산됐다.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단순 계산하면 배민에는 약 2390억~5100억원, 쿠팡에는 동의의결을 신청한 혐의에서만 약 250억~420억원이 부과될 수 있다. 쿠팡은 끼워팔기의 관련 매출액이 더 크기 때문에 실제 과징금은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 또 본안 심의 과정에서 관련매출액과 위반 기간, 감경 사유 등에 따라 과징금 수준이 다르게 책정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본안 심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심판관리관실에서도 최대한 빨리 심의 일정을 확정하려 하고 있어 연내를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공정위 결정에 “깊은 우려와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전국상인연합회·한국외식업중앙회·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은 입장문에서 “지금 골목상권은 단 일주일도 버티기 힘든 연쇄 폐업 도미노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것은 수년 뒤에나 나올 천문학적 과징금 처분이 아니라 당장 내일의 비용 절감책”이라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