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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 대신 이거 마신다…한국인 입맛 사로잡은 부르고뉴 크레망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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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그랑주르 드 부르고뉴를 가다 ⑧대표 부르고뉴 크레망>

 

170년 명가부터 의사 겸업 와인메이커까지

 

하이엔드 부르고뉴 크레망 8종 집중 해부

 

부르고뉴 크레망 수입 최근 2년 60% 급증

 

가성비 뛰어나고 다양한 요리와 폭넓은 페어링

 

부르고뉴 크레망. 최현태 기자
부르고뉴 크레망. 최현태 기자

크레망 드 부르고뉴는 한국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점점 키우고 있습니다. 샴페인 가격이 폭등하면서 부르고뉴 크레망이 완벽한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샴페인의 정체성을 가장 똑같이 구현하면서도 가격은 절반 이하인데다 ‘부르고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감 덕분에 손쉽게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국내 수입 부르고뉴 크레망 추이. 홉스코치 코리아 제공
국내 수입 부르고뉴 크레망 추이. 홉스코치 코리아 제공

◆한국 소비자 ‘러브콜’ 부르고뉴 크레망

 

실제 부르고뉴 크레망은 2021년 3월~2022년 2월 수입물량이 10만병 이상으로 최고점을 찍었고 이후 전 세계 와인 소비시장 위축 여파로 2023년 3월~2024년 2월 약 5만5000병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2024년 3월~2025년 2월 약 7만5000병으로 다시 반등했고 2025년 3월~2026년 2월 약 8만병 수준으로 꾸준한 회복세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수입액도 2023년 저점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5년에는 60만유로(약 8억7000만원) 규모를 회복한 것으로 집계됩니다.

 

부르고뉴 크레망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하는 이인순 와인랩 원장(오른쪽)과 윤효정 소믈리에. 홉스코치 코리아 제공
부르고뉴 크레망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하는 이인순 와인랩 원장(오른쪽)과 윤효정 소믈리에. 홉스코치 코리아 제공
부르고뉴 크레망 마스터 클래스. 홉스코치 코리아 제공
부르고뉴 크레망 마스터 클래스. 홉스코치 코리아 제공

전문가들은 크레망 드 부르고뉴가 한국 시장에서 가진 경쟁력으로 세 가지를 꼽습니다. 첫째, 다양한 요리와 폭넓게 페어링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매력을 지녔습니다. 둘째, 다른 프리미엄 스파클링 와인의 품질에 버금가면서도 부담 없는 가격대입니다. 셋째는 전통, 전문성, 고품질 프리미엄 와인이라는 부르고뉴의 강력한 이미지 덕분입니다. 실제로 한국 와인 시장에서 스파클링 카테고리는 꾸준히 성장 중이며, 가성비 높은 하이엔드 스파클링을 찾은 소비 성향이 부르고뉴 크레망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부르고뉴 와인협회(BIVB)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에서 소개된 하이엔드 부르고뉴 크레망을 소개합니다. 마스터 클래스는 부르고뉴 와인 공식 인증 강사 이인순 와인랩 원장과 2023년 한국 소믈리에 대회 우승자인 윤효정 소믈리에가 진행했습니다.

 

메종 루이 피까믈로 레 떼루아 브뤼. 최현태 기자
메종 루이 피까믈로 레 떼루아 브뤼. 최현태 기자

▶메종 루이 피까믈로 레 떼루아(Maison Louis Picamelot Les Terroirs) 브뤼/미수입

 

샤르도네 60%, 피노 누아 18%, 알리고떼 20%, 가메 2%를 블렌딩했으며 최소 18개월 병숙성을 거칩니다. 꼬뜨 샬로네즈, 꼬뜨 드 본, 꼬뜨 드 뉘 등 여러 산지 포도를 블렌딩해 각 떼루아의 개성이 층층이 쌓인 복합미가 인상적입니다. 갓 수확한 청사과, 배의 청량한 향과 함께 레몬, 자몽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신선함이 치고 올라옵니다. 뒤이어 은은한 살구와 체리 등 핵과류 및 붉은 과실류의 아로마가 받쳐줍니다. 장기 효모 앙금 숙성에서 오는 구운 브리오슈, 아몬드 크림, 신선한 아몬드의 고소하고 리치한 풍미가 야생화의 화사한 꽃향기와 매력적으로 어우러집니다. 미네랄감과 함께 부드러운 레몬 커스터드, 쌉싸름한 자몽 껍질의 풍미가 길게 이어지며 깔끔하고 청량하게 마무리됩니다.

 

필립 쇼타르. 페이스북
필립 쇼타르. 페이스북

1926년 오크통 제작자(Cooper)이자 포도 재배 업자의 아들이었던 루이 피카멜로(Louis Picamelot)가 부르고뉴 코트 샬로네즈(Côte Chalonnaise) 지역의 륄리(Rully) 마을에 와이너리를 세웠습니다. 그는 뤼리 마을에서 샴페인 양조 방식(전통 방식)을 도입해 부르고뉴 크레망(당시 명칭 Bourgogne Mousseux)을 생산한 최초의 인물 중 한명입니다. 1987년 외손자인 필립 쇼타르(Philippe Chautard)가 와이너리를 물려받으며 프리미엄 크레망 브랜드로서의 명성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립니다. 그는 1991년부터 단순 포도 소싱을 넘어 직접 포도밭을 매입하기 시작해 륄리 1등급(1er Cru), 생토뱅(St. Aubin) 등에 포도밭을 구축합니다. 또 2000년 륄리 지역의 옛 채석장 부지를 매입하고 지하 약 150m 깊이의 암반 셀러를 완성합니다. 이곳은 와인은 천천히 숙성되면서 우아하고 섬세한 버블을 지닌 크레망이 탄생합니다. 오랜 기간 독립적인 가족 경영을 유지해 오던 메종 루이 피카멜로는 가문을 이을 후계자가 없자, 와이너리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도모하기 위해 2026년 1월 부르고뉴의 명망 높은 와인 네고시앙인 메종 루이 자도(Maison Louis Jadot)와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생샤르니 뀌베 쌩꽁트 식스 브뤼. 최현태 기자
생샤르니 뀌베 쌩꽁트 식스 브뤼. 최현태 기자

▶생샤르니 뀌베 쌩꽁트 식스(Sainchargny Cuvée Cinquante Six) 브뤼/미수입

 

마꼬네 지역 점토 석회질 토양에서 자라는 30~35년 수령 샤르도네 100%로 빚으며 젖산 발효(MLF)를 거쳐 부드러운 질감을 살렸습니다. 도사주는 10g/L. 청사과, 레몬 라임, 자몽 같은 시트러스류의 청량하고 찌릿한 과실 향이 강렬하게 터져 나옵니다. 시간이 지나 온도가 살짝 오르면 신선한 버터, 구운 헤이즐넛, 아몬드의 고소하고 리치한 아로마와 은은한 흰 꽃향기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집니다. 침을 고이게 만드는 기분 좋고 날카로운 산미가 특징이며 짭조름한 미네랄감과 조개껍질 같은 뉘앙스가 입안을 깔끔하게 정돈합니다.

 

생사르니를 생산하는 협동조합 카브 드 뤼니 설립 100주년 행사. 페이스북
생사르니를 생산하는 협동조합 카브 드 뤼니 설립 100주년 행사. 페이스북

생샤르니는 거대 네고시앙들의 시장 독점 맞서 소규모 포도 재배 농가들이 결성한 부르고뉴 최남단 산지 마꼬네(Mâconnais) 지역의 유서 깊은 협동조합 카브 드 뤼니(Cave de Lugny)의 크레망 전문 브랜드입니다. 생샤르니의 뿌리는 1920년대 설립된 세 개의 유서 깊은 협동조합 와이너리인 생쟁구 드 시세(Saint-Gengoux-de-Scissé, 1926년), 뤼니(Lugny, 1927년), 그리고 샤르도네(Chardonnay, 1928년) 마을의 와이너리로부터 시작됩니다. 샤르도네 마을은 샤르도네 품종의 시작된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세 마을 이름 앞글자를 따 생사르니 브랜드가 탄생합니다. 이들은 힘을 합쳐 뛰어난 가성비의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샤르도네 마을의 와이너리가 스파클링 와인 양조를 전담하며 전문성을 극대화합니다. 현재 조합원 400여명 포도밭은 1237ha로 방대한 규모입니다.

 

메종 자플랭 블랑 드 블랑 브뤼. 최현태 기자
메종 자플랭 블랑 드 블랑 브뤼. 최현태 기자

▶메종 자플랭(Maison Jaffelin) 블랑 드 블랑 브뤼/롯데칠성 수입

 

100% 샤르도네입니다. 부르고뉴 각 지역 포도의 장점을 영리하게 융합한 것이 특징입니다. 마꼬네 지역의 포도는 풍만함과 유연함을, 샤블리 인근의 포도는 날카로운 생동감과 신선함을 부여합니다. 젖산 발효를 거쳐 18개월 이상 병숙성해 부드러운 질감을 극대화했습니다. 청사과, 레몬 껍질, 라임의 싱그러운 시트러스 향과 함께 싱그러운 흰 꽃 아로마가 피어오릅니다. 산뜻한 과실 향 뒤로 장기 숙성이 주는 구운 브리오슈, 버터, 신선한 헤이즐넛과 아몬드의 고소하고 리치한 뉘앙스가 묵직하게 받쳐줍니다. 유기농 와인 특유의 신선한 풀 내음과 토스트 향이 겹쳐져 복합미를 더합니다. 잘 익은 백도, 배, 약간의 열대과일 같은 달콤한 과실 뉘앙스, 백악질 미네랄과 짭조름함이 담백하고 세련된 피니시를 장식합니다.

 

메종 자플랭 지하 셀러. 페이스북
메종 자플랭 지하 셀러. 페이스북
메종 자플랭 와인메이커 마리네뜨 가르니에. 페이스북
메종 자플랭 와인메이커 마리네뜨 가르니에. 페이스북

1816년에 설립된 메종 자플랭은 본 시의 역사적 중심지에 있습니다. 와인을 숙성하는 지하 셀러는 무려 12세기 노트르담 대성당의 장로회(Chapter of Our Lady)가 사용하던 유서 깊은 요새 건물입니다. 800년 넘게 완벽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해 온 이 마법 같은 공간에서 와인이 천천히 숨을 쉬며 익어갑니다. 대형 자본이 지배하는 부르고뉴 네고시앙 시장에서 자플랭은 ‘가장 작은 규모의 위대한 부르고뉴 하우스’로 불립니다. 규모는 작지만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장인이 손으로 직접 짜는 전통 수직 압착기와 타원형 나무통을 사용해 테루아의 미세한 성질을 정밀하게 표현합니다. 2004년 대대적인 양조 설비 리노베이션을 거치며 재도약했습니다. 현재는 재능 있는 여성 와인메이커이자 양조학자인 마리네뜨 가르니에(Marinette Garnier)가 키를 잡고, 전통적 섬세함에 현대적인 깨끗함과 신선함을 더한 감각적인 와인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메종 알베르 수니 블랑 드 누아 브뤼. 최현태 기자
메종 알베르 수니 블랑 드 누아 브뤼. 최현태 기자

▶메종 알베르 수니(Maison Albert Sounit) 블랑 드 누아 브뤼/미수입

 

대형 밤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어 독특한 미세 기후를 자랑하는 꼬뜨 샬로네즈의 륄리 마을  인근 쥘리 레 뷕시(Jully-lès-Buxy) 마을의  샤따니에(Châtaignier) 구획에서 자라는 피노 누아 100%입니다. 18~20개월 병숙합니다. 피노누아 특유의 라즈베리, 크랜베리, 야생 딸기 같은 신선하고 싱그러운 붉은 베리류의 아로마로 시작합니다. 이어 은은한 말린 장미 꽃잎 향과 함께 장기 숙성에서 비롯된 구운 비스킷, 토스트, 고소한 생크림 향이 묵직한 베이스를 이룹니다. 꼬트 샬로네즈 석회질 토양 특유의 젖은 돌 같은 서늘한 미네랄 풍미가 고급스럽게 다가옵니다. 피노 누아가 주는 기분 좋은 타닌감의 흔적이 와인에 묵직한 뼈대를 제공하고 끝맛에서 약간의 쌉싸름함과 짭조름한 미네랄리티가 훌륭한 밸런스를 보여줍니다.

 

크누드 퀠레룹.
크누드 퀠레룹.
메종 알베르 수니. 홈페이지
메종 알베르 수니. 홈페이지

알베르 수니의 역사는 1781년 쥐네(Jeunet) 가문이 륄리(Rully) 마을에 설립하면서 시작됩니다. 쥐네 가문은 1851년에 뤼리 마을의 옛 채석장 부지를 매입해 오늘날까지 알베르 수니 와인의 품질을 책임지는 핵심 자산인 거대한 아치형 지하 와인 셀러를 건축합니다. 1945년 알베르 수니가 쥐네 가문의 자산을 인수, 코트 샬로네즈 와인의 우수성과 크레망 생산에 집중해 명성을 쌓았습니다. 알베르 수니 와인을 수입하던 덴마크의 수입업자 크누드 퀠레룹(Knud Kjellerup)이 1993년 친구들과 함께 와이너리를 전격 인수합니다. 그는 2005년 쥘리 레 뷕시(Jully-lès-Buxy) 마을의 도멘 베르놀랭(Domaine Bernollin)을 인수, 포도를 사서 와인을 만드는 네고시앙 형태에서 벗어나, 직접 밭을 관리하고 수확한 포도로 최고급 와인을 만드는 도멘(Domaine) 구조를 완벽히 갖춥니다. 모든 포도를 손수확하며, 자연 효모로만 발효합니다. 대량 생산 크레망 브랜드들과 달리 연간 생산량을 엄격히 제한하며 품질 중심의 크레망을 빚어냅니다. 

 

도멘 도미니크 그뤼이에 엑스트라 브뤼. 최현태 기자
도멘 도미니크 그뤼이에 엑스트라 브뤼. 최현태 기자

▶도멘 도미니크 그뤼이에(Domaine Dominique Gruhier) 엑스트라 브뤼/제이와인컴퍼니 수입

 

피노 누아 약 60%, 샤르도네 약 40%. 샤블리를 상징하는 키메리지안(Kimmeridgian) 석회질 토양 덕분에 압도적인 바다의 미네랄리티를 느낄 수 있습니다. 7개의 엄선된 유기농 구획에서 손수확한 포도를 정밀하게 분할 압착합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큰 오크통(Demi-muids)에서 발효한 뒤 8~9개월간 리(Lees)와 함께 숙성하고 이후 12~36개월간 2차 병숙성을 거칩니다. 잔당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은 엑스트라 브륏(보통 도사주 4g/L) 스타일로 테루아의 순수함을 날것 그대로 잘 살렸습니다. 갓 짠 레몬 제스트, 라임의 쨍한 시트러스와 잘 익은 모과, 아카시아의 흰꽃 향이 날카롭게 피어오릅니다. 뒤이어 장기 숙성에서 오는 신선한 페이스트리 크림, 갓 구운 크루아상, 브리오슈의 구수하고 리치한 향이 겹쳐집니다. 끝에서는 세이지, 바질 같은 신선한 허브 뉘앙스와 함께 샤블리 와인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부싯돌, 젖은 돌 같은 미네랄 향이 지배적으로 다가옵니다.

 

도미니크 그뤼이에. 페이스북
도미니크 그뤼이에. 페이스북
도멘 도미니크 그뤼이에 유기농 경작. 페이스북
도멘 도미니크 그뤼이에 유기농 경작. 페이스북

도멘 도미니크 그뤼이에는 부르고뉴 북부의 잊혀진 역사적 테루아를 전 세계에 다시 알린 혁신적인 와이너리입니다. 와이너리가 있는 에피뉴이(Épineuil) 마을은 샤블리에서 북동쪽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아주 서늘한 산지입니다. 이 도멘의 본거지인 쁘띠 퀸시 수도원(Abbaye du Petit Quincy)은 1212년부터 시토회 수도사들이 포도를 재배하던 유서 깊은 곳입니다. 현재 도멘을 이끄는 도미니크 그뤼이에는 원래 고등학교 때 기계 공학을 전공했습니다. 하지만 와인에 대한 열정을 깨닫고 양조학을 다시 공부해 1990년 도멘을 인수합니다. 그는 수백 년 동안 방치되고 파괴된 수도원의 유서 깊은 지하 셀러와 포도밭을 완벽하게 복원합니다. 2015년에 유기농 인증(AB)을 획득했습니다. 포도밭에 화학 비료 대신 허브티와 퇴비를 사용하며, 양조 시에도 이산화황(SO2) 첨가를 극도로 제한하고 포도 고유의 천연 효모로만 발효합니다. 그는 “와인은 인간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테루아를 대변하는 것”이라는 확고한 철학을 지녔습니다.

 

브뤼노 당장 그랑 클라시크 브뤼. 최현태 기자
브뤼노 당장 그랑 클라시크 브뤼. 최현태 기자

▶브뤼노 당장 그랑 클라시크(Bruno Dangin Grand Classique) 브뤼/뱅레어 수입

 

샤르도네 60%, 피노 누아 40%. 부르고뉴 행정구역에 속해 있지만, 지질학적으로는 샹파뉴 코트 데 바의 연장선인 점토-석회질 토양에서 자란 포도로 만듭니다. 최고 2년 병숙성합니다. 활기차고 생생한 청사과, 레몬, 라임의 청량한 시트러스 아로마와 함께 자스민, 아카시아 같은 흰 꽃향기가 화사하게 터져 나옵니다. 이어 은은하게 퍼지는 신선한 버터, 갓 구운 토스트, 빵 효모의 고소하고 리치한 뉘앙스가 겹쳐집니다. 잘 익은 과실의 은은한 단맛과 드라이한 마무리가 훌륭한 균형을 이루고 시트러스 껍질의 기분 좋은 쌉싸름함과 침샘을 자극하는 담백한 미네랄 여운이 길게 이어집니다.

 

브뤼노 당장. 홈페이지
브뤼노 당장. 홈페이지

브뤼노 당장의 역사는 샹파뉴와 부르고뉴를 잇는 특별한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설립자인 브뤼노 당장은 원래 샹파뉴 지방의 최남단 산지 코트 데 바(Côte des Bar)에서 40년 넘게 가문 대대로 샴페인을 빚던 베테랑 샹파뉴 생산자였습니다. 그는 형제들과 운영하던 샴페인 하우스를 떠나, 2011년 그는 샹파뉴에서 남쪽으로 3km 떨어진 부르고뉴의 몰레즘(Molesme) 마을에 자신의 도멘을 새로 설립합니다.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 1919년 프랑스 AOC 규정이 제정되기 전까지 실제 샴페인 하우스들에 최고의 포도를 공급하던 숨겨진 명산지였습니다. 브뤼노 당장과 아들 마티외(Matthieu)는 샹파뉴 명가의 오랜 노하우와 엄격한 기준을 부르고뉴 땅에 그대로 이식합니다. 2014년에 유기농 인증(Ecocert)을 획득했으며, 이산화황 첨가를 극도로 제한하는 자연주의적 철학으로 와인을 생산합니다.

 

루이 부이요 앙 볼러리 밀레짐 2019 엑스트라 브뤼. 최현태 기자
루이 부이요 앙 볼러리 밀레짐 2019 엑스트라 브뤼. 최현태 기자

▶루이 부이요 앙 볼러리 밀레짐(Louis Bouillot En Bollery Millésime) 엑스트라 브뤼/미수입

 

피노 누아 100%. 36개월 이상 병숙성을 거치는 그랑 에미낭(Grand Eminen) 등급 크레망입니다. 체리, 라즈베리, 야생 딸기 같은 가볍고 신선한 붉은 과실의 아로마와 레몬 껍질의 싱그러움이 조화롭게 피어납니다. 뒤이어 바닐라 빈, 구운 곡물, 갓 구운 신선한 브리오슈, 은은한 야생 꿀의 리치하고 고소한 숙성 아로마가 길고 묵직하게 감쌉니다. 입에서는 엑스트라 브륏 특유의 극도로 드라이하고 청량한 칼날 같은 산미가 반전 매력을 선사합니다. 구조감은 놀라울 정도로 탄탄하고 묵직한 볼륨감을 자랑합니다. 피니시에서는 강렬하게 뻗어 나가는 토스트 뉘앙스와 짭조름한 미네랄리티, 쌉싸름한 노트가 아주 파워풀하고 길게 지속됩니다.

 

루이 부이요 ‘레 그랑 테루아’ 시리즈. 홈페이지
루이 부이요 ‘레 그랑 테루아’ 시리즈. 홈페이지

앙 볼러리는 루이 부이요가 생산하는 최상급 라인업인 ‘레 그랑 테루아(Les Grands Terroirs)’ 시리즈 중 하나로, 부르고뉴의 가장 위대한 특급 포도밭 바로 앞에서 태어나는 싱글 빈야드 크레망입니다. 레 그랑 테루아 시리즈는 그 해 포도로만 만드는 빈티지 크레망입니다.

 

앙 볼러리는 뉘 생 조르주 북쪽, 부조(Vougeot)와 플라제 에셰조(Flagey-Échezeaux) 마을 경계 사이에 위치한 실제 단일 구획(lieu-dit) 밭의 이름입니다. 이 밭의 별명은 ‘라 빈 덩 파스(La Vigne d'en Face)’로 ‘맞은편 포도밭’이란 뜻입니다. 부르고뉴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그랑 크뤼 전설 중 하나인 끌로 드 부조(Clos de Vougeot) 성벽 바로 맞은편에 정확하게 마주 보고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4.82ha 규모의 이 구획은 깊고 묵직한 이회질 점토-석회질 토양으로, 피노 누아가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습니다. 루이 부이요는 이 특별한 테루아를 독점적으로 다루기 위해 약 3년에 걸쳐 10명이 넘는 소유주로부터 땅을 조금씩 사들여 이 플래그십 밭을 완성했습니다.

 

옛 뉘생조르주 역. 홈페이지
옛 뉘생조르주 역. 홈페이지
루이 부이요. 홈페이지
루이 부이요. 홈페이지

와인과 주류 무역업을 하던 장 부이요(Jean Bouillot)가 1877년 부르고뉴 코트 드 뉘의 유명 와인 생산지인 뉘 생 조르주(Nuits Saint Georges)에서 무역을 하면서 역사가 시작됩니다. 당시는 산업혁명과 함께 철도가 들어서면서 와인 유통이 급격히 확장되던 시기였습니다. 장 부이요는 뉘 생 조르주 역 앞에서 당시 부르고뉴에서 막 주목받기 시작한 전통 방식 스파클링 와인 무역을 시작하며 기반을 닦았습니다.

 

그의 아들 루이 부이요(Louis Bouillot)는 부르고뉴 스파클링 와인의 매력과 잠재력에 깊이 눈을 떠 직접 자전거를 타고 파리까지 와인을 운반하며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합니다. 현재 루이 부이요는 부르고뉴의 대형 와인 네고시앙이자 명가인 장 클로드 부아세(Jean-Claude Boisset) 패밀리 그룹의 소유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 루이 부이요는 연간 약 350만병을 생산하며 크레망 드 부르고뉴 시장 점유율의 약 25%를 차지하는 1위 브랜드로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도멘 뒤 셰티프 카르 데이이 위베르도 로제 브뤼. 최현태 기자
도멘 뒤 셰티프 카르 데이이 위베르도 로제 브뤼. 최현태 기자

▶도멘 뒤 셰티프 카르 데이이 위베르도(Domaine du Chétif Quart – D'Heilly-Huberdeau) 로제 브뤼/미수입

 

피노 누아 100%. 꼬트 샬로네즈의 몽 아브릴(Mont Avril) 언덕 해발 300~400m에 위치한 서늘한 경사면에서 자란 포도를 사용합니다. 높은 고도 덕분에 포도가 샹파뉴 지방 못지않은 아주 선명하고 깨끗한 산미를 품게 됩니다. 산딸기, 라즈베리, 붉은 체리, 크랜베리의 싱그러운 붉은 과실류의 향이 지배적으로 터져 나옵니다. 뒤이어 오렌지 껍질, 자몽, 포멜로 같은 시트러스의 청량함과 장미 꽃잎의 화사한 풍미가 겹쳐집니다. 인위적이지 않은 담백한 효모향과 기분 좋은 흙 내음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집니다. 끝맛에서는 자몽 껍질의 쌉싸름한 미네랄 여운과 함께 붉은 과실의 산뜻한 향이 긴 여운을 남깁니다.

 

피에르 데이이(왼쪽), 마르틴 위베르도 부부와 아들 뤼카. 홈페이지
피에르 데이이(왼쪽), 마르틴 위베르도 부부와 아들 뤼카. 홈페이지

학자의 신념을 땅에서 직접 실천하며 일군 독특하고 아름다운 역사를 가진 도멘입니다. 파리 소르본 대학의 생태학(Ecology) 교수이던 피에르 데이이(Pierre D'Heilly)와 마르틴 위베르도(Martine Huberdeau) 부부는 1978년 자신들이 강단에서 가르치던 환경주의 신념을 삶에서 직접 실천하기 위해 부르고뉴 꼬트 샬로네즈의 작은 마을 세르코(Cercot)로 이주해 와이너리를 설립합니다. 이들은 화학 비료와 살충제가 와인 업계를 뒤덮던 당시, 시작부터 철저한 유기농법을 도입합니다. 부르고뉴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이른 시기에 유기농 인증을 받은 선구자적 도멘 중 하나입니다. 2019년 아들 뤼카(Lucas)가 와이너리를 물려받습니다. 그는 현직 의사로, 오전에는 포도밭과 양조장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독특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뤼카는 2021년 빈티지부터 자신들의 핵심 단일 포도밭 구획(Lieu-dit) 명칭인 도멘 뒤 셰티프 카르로 와이너리 이름을 공식 변경합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아르메니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