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도박에 빠져 성매매까지 하는 것 같아요. 도와주세요.”
지난해 8월 대전경찰청에 A(18)양 어머니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도박에 빠진 딸을 도와 달라는 호소였다. A양은 중학교 2학년 당시인 4년 전 학교 친구 소개로 온라인 카지노 도박에 손을 댔다. 친구들을 따라 처음에는 용돈으로 도박을 했지만 규모가 점점 불어났다. 최근까지 도박에 쓴 금액만 2000만원에 달한다. 부모 만류에도 A양은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는 것도 모자라 불법 대부업체까지 찾아갔다. 그 과정에서 텔레그램으로 성매매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전북에 사는 B(17)군은 지난달 자동차 문을 열어 물건을 훔치는 차량털이를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도박 문제로 아버지와 다투다 가출한 B군은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B군이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 도박 사이트에서 잃은 돈만 1660만원에 달했다. 도박으로 돈을 따더라도 그 돈을 다시 도박에 써 잃는 것을 반복한 결과다. B군은 “성인이 되기 전 도박을 끊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경찰청이 지난달 18일부터 한 달간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를 받은 결과 294명의 청소년이 자신의 도박 사실을 고백한 것으로 21일 집계됐다.
본인이 직접 경찰에 신고한 건이 244건으로 대부분이었고, 부모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건이 50건이었다. 이들의 도박 기간은 평균 12개월로 인당 300만원을 도박에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성별로는 남성이 93%로 대부분이었다. 고등학생이 60%, 중학생이 40%였다.
교육 현장에서 사이버도박은 이미 심각한 문제로 번지고 있었다.
온라인 금융 거래가 간편해지면서 교실에서 친구들끼리 도박 사이트를 공유하며 바카라 등 수익을 인증하는 것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경찰청이 지난해 청소년 3만4779명을 대상으로 도박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 20.9%가 주변에서 도박을 목격했다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청소년 도박이 절도, 폭력, 성매매 등 2차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북에 사는 한 고등학생은 지난달 학급 친구들의 가방을 열어 지갑에서 5만원을 훔치려다 한 친구에게 걸렸다. 이 사실이 교사에게 알려지자 해당 학생은 목격한 친구의 머리와 얼굴을 수차례 폭행했다. 이 폭행사건의 원인도 최근 10개월간 도박으로 잃은 200만원이었다. 도박 빚을 진 청소년들이 불법사금융까지 찾아가면서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경찰은 전화번호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를 통해 청소년과 부모들의 자발적인 도박 신고를 유도하고 있다. 전문적인 도박 치유프로그램과 연계되기 때문에 지난해 자진신고한 청소년 512명 중 3개월 내 다시 도박에 나선 이는 4명(0.8%)에 불과했다. 경찰 처분을 결정할 때도 자진신고 청소년의 도박 금액, 반성 태도, 치유 정도 등을 검토해 선도심사위원회 의결 과정에서 최대한 선처한다. 경찰 관계자는 “소년범 저연령화와 함께 사이버도박이 청소년층으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며 “단순일탈을 넘어 사기, 절도, 갈취 등 2차 범죄까지 전이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