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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장윤기, 첫 재판서 계획범행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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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가 지난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는 모습. 사진=뉴스1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가 지난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는 모습. 사진=뉴스1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7세 여고생 고(故) 이채원 양을 살해한 장윤기(23)가 22일 첫 재판에서 계획범행을 시인했다. 수사 초기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던 그는 성폭력을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한 사실과 사전 준비 정황이 드러나면서 혐의가 대폭 늘었다.

 

◆ 30시간 추적과 1.2㎞ 미행 끝에 벌어진 참극

 

장윤기의 범행은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의 연장선에 있었다. 그는 이 양을 살해하기 이틀 전인 지난달 3일 직장 동료인 20대 여성 A씨를 13시간 동안 감금하고 성폭행했다.

 

A씨가 경찰에 신고한 뒤 타지역으로 피신했음에도 장윤기는 휴대전화 유심칩을 제거한 채 30시간 동안 A씨의 거주지와 직장 일대를 배회했다. 경찰의 스토킹 경고 문자도 그를 막지 못했다.

 

범행 대상을 찾지 못한 장윤기의 분노는 무고한 제3자에게 향했다. 그는 지난달 5일 0시 10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에서 귀가하던 이 양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1.2㎞ 거리를 자가용으로 미행했다.

 

인적이 드문 갓길의 대형 화물차 앞에 차를 숨긴 그는 이 양의 목을 졸라 제압한 뒤 성범죄를 목적으로 끌고 가려 했다. 이 양이 “살려 달라”며 거세게 저항하자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비명을 듣고 달려온 남고생에게는 119 신고를 부탁하는 척하다가 돌연 공격해 중상을 입혔다.

 

◆ 스모킹건이 된 블랙박스…혐의 상향의 인과관계

 

장윤기를 검거하고 진실을 밝힌 핵심 증거는 현장에 주차돼 있던 대형 화물차의 고해상도 4채널 블랙박스였다.

 

사방을 실시간으로 녹화하던 블랙박스에는 그가 이 양을 끌고 가려다 저항에 부딪혀 살해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은 이 영상을 토대로 신원을 특정해 범행 약 11시간 만에 장윤기를 검거했다.

 

블랙박스 영상은 범행 목적이 성폭행이었음을 입증하는 결정적 토대가 됐다. 당초 경찰은 일반 살인 혐의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영상과 장윤기가 A씨에게 저지른 수법의 유사성을 근거로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해 지난 3일 구속기소했다.

 

우발적 살인이라는 변명은 구체적 영상 증거 앞에서 논리를 잃었다. 이날 첫 공판은 광주지법 형사13부(이정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일반 살인죄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으로 변경한 것은 형사 사법적 인과관계에서 결정적 의미를 갖는다.

 

형법상 일반 살인죄의 법정형 하한은 징역 5년이지만, 강간 등 살인죄는 무기징역 또는 사형으로만 규정돼 법정 최고형 구형의 법리적 요건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 남겨진 유족의 호소와 재판의 향방

 

22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장윤기 측은 살인과 살인미수 등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하며 수사기관에서 부인하던 계획범행 사실도 시인했다.

 

도주를 염두에 두고 현금 100만원을 인출하거나 범행 후 세탁방과 미용실에 들러 증거 인멸을 시도한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살인의 목적이 강간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재판에서 입장을 밝히겠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한편 피해자 유족은 고인을 사건의 피해자가 아닌 17세 이채원으로 기억해 달라고 호소하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광주 광산구청은 이 양을 구하려다 중상을 입은 남고생을 의사상자로 지정해 달라고 보건복지부에 신청했다. 장윤기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7월 13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