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 개봉하는 ‘마티 슈프림(감독 조슈아 사프디)’과 8일 개봉하는 ‘시크릿 에이전트(감독 클레베르 멘도사 필류)’는 장르와 이야기는 전혀 다르지만 몇 가지 분명한 접점을 공유한다. 두 작품 모두 강렬한 남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티모시 샬라메와 바그너 모라가 각각 주연을 맡았다. 두 배우 모두 해당 작품으로 지난 3월 열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대신 샬라메는 ‘마티 마우저’ 역으로 전 세계 주요 시상식에서 26관왕을 기록했고, ‘마르셀루’를 연기한 모라는 지난해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장르의 외피를 두른 시대극이라는 점이다. ‘마티 슈프림’은 스포츠 영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1950년대 미국 사회의 욕망 구조를 해부하는 인물 중심 드라마다. ‘시크릿 에이전트’ 역시 스릴러의 틀을 빌리고 있으나 실제로는 1977년 브라질 군사독재 시절의 지배 논리와 사회적 질감을 포착한 작품이다.
만만치 않은 러닝타임 역시 공통점이다. ‘마티 슈프림’은 149분, ‘시크릿 에이전트’는 160분으로, 두 작품 모두 팔짱을 끼고 편하게 감상하기 어려운, 긴장과 몰입을 요구하는 밀도 높은 작품들이다.
◆성공 향해 질주하는 ‘허슬러’의 초상
1952년 미국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 작은 구두 가게에서 일하는 유대인 청년 마티 마우저는 당시 떠오르던 탁구 종목에서 세계적 성공을 꿈꾼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건 탁구공 브랜드 ‘마티 슈프림’까지 구상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향해 돌진한다. 마티는 런던 브리티시 오픈에 출전해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하려 하지만, 대회 참가 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자 동료에게 총을 겨누는 극단적 선택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후에도 그의 야망과 집착은 과열된다. 런던 오픈 결승에서 일본 선수에게 패배한 이후, 그는 도쿄 세계선수권으로 목표를 옮기고 또다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윤리적 경계와 인간관계는 계속해서 무너져 가고, 자기 파괴도 감행한다. 영화는 마티의 감정을 설명적으로 풀어내는 대신 집착과 망상, 자기과신이 뒤엉킨 그의 내면을 숨 가쁜 리듬의 편집으로 밀어붙인다. 영화는 149분짜리 탁구 랠리처럼 쉼 없이 전개된다.
사프디 감독은 “‘마티 슈프림’은 거칠고 투박한 개인주의에 대한 영화”라며 “티모시 샬라메는 위대함을 추구하는 여정에 나선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샬라메는 탁구로 인생역전을 노리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약 6년간 탁구를 연습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요 경기를 포함해 모든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기묘한 리듬으로 복원한 군사독재
‘시크릿 에이전트’는 첫 장면부터 관객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폴크스바겐 비틀을 몰고 시골 주유소에 도착한 마르셀루. 카메라는 이내 시선을 아래로 옮겨 종이상자로 덮인 시신 한 구를 비춘다. 관객을 향해 드러난 시신의 더러운 발 위로 파리 떼가 들끓고, 개들은 무심히 주변을 맴돈다. 일상성과 불쾌함, 불편한 유머가 공존하는 이 오프닝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독특한 정조를 예고한다.
관객은 곧 마르셀루의 사연을 알게 된다. 아내를 잃고 어린 아들을 처가에 맡긴 채 살아간다. 정치와는 거리가 먼 공학자였던 그는 뜻하지 않게 체제와 충돌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막대한 산업적 가치를 지닌 그의 연구 성과를 독점하려는 권력층이 극악한 청부살인자들을 고용해 그를 제거하려 하는 것.
영화는 추격극에 폭력과 기이한 유머를 겹쳐 놓는다. 죽은 백상아리의 몸에 인간의 다리가 삐져나온 영화 초반 장면처럼 초현실적 이미지가 등장하는가 하면, 살인과 음모가 난무하는 상황에서도 인물은 어딘가 엇박자의 태도를 보인다. 긴장을 고조시키다가도 불쑥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연출은 영화 특유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이 작품은 독재를 거대한 추상으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평범한 개인이 맞닥뜨리는 불안과 선택의 순간을 통해 1970년대 브라질의 시대적 공기를 생생하게 복원한다. 작품은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