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발표에 따르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 이후 1161개 하청 노조(조합원 수 16만4000명)가 원청 439곳에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인 올 3월10일부터 6월19일까지의 집계 결과다. 원청 1곳당 교섭 요구는 평균 2.6건 수준인데,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일각에서 우려했던 ‘교섭 쓰나미’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원청 1곳당 3건에 가까운 교섭 요구가 쏟아졌고, 앞으로 더 늘 가능성이 큰데도 안심할 때인지 묻고 싶다.
노동위원회 절차가 진행된 원청 141곳 중 73.0%인 103곳에서 원청의 하청에 대한 사용자성이 인정돼 노조 측에 ‘기울어진 운동장’ 우려가 현실화했다. 노동부는 이 중 결정서가 송달되지 않은 32곳을 뺀 71곳 중 54곳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원청 대부분이 노동위를 존중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사뭇 다르다.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노조가 파업에 돌입해도 대체근로를 투입할 수 없다. 그래서 사용자 측은 울며 겨자 먹기로 노동위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노봉법 시행 100일이 넘었는데도 실제 교섭은 10곳에 그친 현실이 노동 현장 혼란을 대변한다. 원청 노사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면 본교섭 개시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례적으로 더디다고 보기 어렵다’는 노동부 설명은 아전인수식 해석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 439곳 중 58.3%인 256곳은 타사의 동향을 지켜보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데도 현장의 혼란은 없다고 주장할 텐가.
전국플랜트건설노조는 지난 19일 울산을 시작으로 오는 26일까지 지부별로 원청교섭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이 투표가 가결되고 지방노동위 조정마저 결렬된다면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 노조의 첫 파업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여당이 신속히 노봉법 개정과 보완을 통해 ‘사용자 범위’부터 명확히 하는 게 현장의 갈등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설상가상으로 여당에선 사업자인 소상공인 단체에도 근로자처럼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니 걱정스럽다. 소상공인의 협상력 제고가 취지라지만 개인 사업자인 이들의 단체교섭은 사실상 담합을 용인하는 꼴이다. 단체교섭의 결과로 가격이 오르면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의 몫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