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영업이익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분기에 다시 새 역사를 쓸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폭풍 실적’을 이끄는 제품은 서버 컴퓨터용 D램이다. 인공지능(AI) 산업이 확장하면서 AI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했고, 이에 D램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공급이 넘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일반 D램 가격이 고성능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을 역전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이런 추세라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만 각각 379조원과 269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최근 1개월간 증권사들이 내놓은 실적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90조809억원으로 집계됐다. 3개월 전 추정치인 47조85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불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64조908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두 회사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1분기를 가뿐히 웃도는 성적표를 받아들 공산이 크다. 1분기 영업이익으로 삼성전자는 57조원, SK하이닉스는 37조원을 거두며 나란히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양사의 실적 질주를 떠받치는 것은 마구 치솟는 메모리 가격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거대기술기업)부터 세계 각국 통신사, 컴퓨터 기업까지 너도나도 AI 서버 시장에 뛰어들면서 서버용 D램 수요가 폭발했다. 세계 메모리 시장을 이끄는 3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생산 시설을 최대로 끌어올려 가동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일반 D램 계약가격은 1분기에 직전 분기 대비 93∼98% 뛴 데 이어 2분기에도 58∼63%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일반 D램이 최고 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히던 HBM의 수익성을 추월하기도 했다. PC용 D램(DDR4 8GB)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5월 말 2.1달러에서 올해 5월 말 20달러로 1년 새 10배 가까이 뛰었다. 서버용 D램 역시 같은 기간 500달러 안팎에서 1200∼1300달러로 2배 이상 올랐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량이 부족한 일부 D램은 HBM보다 가격이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장기 계약으로 묶여 값을 바로 올리기 어려운 HBM과 달리, 분기 단위로 협상하는 D램은 물량이 달릴 때마다 가격을 올릴 수 있다. 제조 단가마저 D램이 HBM보다 낮아 수익성 면에서 D램이 HBM을 앞서는 형국이다.
공급자 우위 구도가 굳어지면서 거래 방식도 달라졌다. 아마존·MS·구글·메타 등 빅테크는 높아진 원가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선수금과 프리미엄까지 얹어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시장 가격과 별도로 비공개로 맺는 장기공급계약(LTA)도 잇따른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올해 삼성전자가 379조원, SK하이닉스가 269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막대한 이익의 일부를 청년과 취약계층, 미래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확산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일부에 집중된다면 이번 호황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것이 아니라며, 초과 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국민배당금제’도 제안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