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둘러싼 낙관론과 현실론이 맞섰다. 22일 한국, 미국, 중국의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열린 통일부 주최 ‘2026 국제 한반도 포럼’에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행보를 계기로 북·미 대화 재개에 기대감을 표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북·러 밀착이라는 새로운 변수 속에서 긴장 완화 등 실질적인 목표부터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정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포럼에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한 것에 대한 이정철 서울대 교수의 해석을 소개했다. 그는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을 기해 조용히 김 위원장의 친서가 도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거기에 대한 응답으로 사진을 올리지 않았을까라는 분석을 이 교수가 내놨는데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시 북·미 접촉과 대화가 가동되길 바란다”며 “2019년 (베트남) 하노이정상회담이 노딜(결렬)이 아니라 협상으로 이어졌다면 지금 한반도 시계는 사뭇 달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어쩌면 다시 다가오고 있을지 모를 한반도의 시간에 우리는 실패해서는 안 된다”며 “윤석열정부의 적대·대결 정책은 청산하고, 한반도 평화공존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민주정부가 만들어온 평화의 유산을 정확하게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한반도포럼은 2010년부터 통일부가 매년 연 국제학술회의로 국내외 한반도와 남북관계 전문가, 주요국 정부 관계자 등이 참여해왔다.
그러나 조엘 S 위트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북·미 대화 재개 전망에 회의적 의견을 냈다.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현실 인식에 기반해서다. 위트 연구원은 문정인 연세대 석좌교수, 왕둥 중국 베이징대 교수와 함께한 특별좌담에서 “만약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의향이 있다면 북한이 대화에 응할 수는 있겠지만, 과거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던 의제들이 더 이상 북한의 주요 관심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그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협상에 참여한 대북 협상 전문가이자 북한 전문 분석매체 38노스 공동창립자다.
위트 연구원은 “오늘날 북한은 2019년보다 한국에 대해 더 적대적이고, 러시아라는 중요한 새로운 동맹을 확보했으며, 더 강한 핵·미사일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세계 무대의 중요한 행위자로 인식하는 북한은 미국과 한국과 다시 관계를 맺는 데 매우 낮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을 뒷받침할 인적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도 ‘달라진 상황’으로 꼽았다. 그는 “트럼프 1기 때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있었고 이들은 대북 관여 정책에 대한 로드맵과 지침을 제공했다”며 “현재는 앨리슨 후커 전 국무부 차관보 정도를 제외하면 미국 정부 내에 관련 경험을 가진 인사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위트 연구원은 “현실에 입각해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며 과거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 간의 다양한 신뢰구축 조치를 사례로 들었다. 1973년 미국과 소련 간 체결된 핵전쟁 방지 협정과 1985년 로널드-고르바초프 선언, 2022년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등 P5(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정상들의 공동성명처럼 ‘핵전쟁은 결코 승리할 수 없고 절대 일어나서도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다시 선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한·미·중·러 등 주요 당사국이 먼저 이러한 원칙을 선언한 뒤 북한의 동참을 유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어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와 같은 다자 안보 틀을 활용할 수도 있다”며 “비록 상징적인 의미에 그칠지라도 환영할 만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