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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집 사자”… ‘성북·노도강’ 15억 이하 아파트 매수세 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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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원 이하 거래 비중 80% 돌파, 5년 반 만에 최악 전세난이 매매 부추겨
제미나이로 생성한 AI이미지.
제미나이로 생성한 AI이미지.

 

올 가을 결혼을 앞둔 직장인 이모 씨(32)는 최근 서울 성북구의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매입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당초 전세를 알아봤지만 마땅한 매물이 없는 데다 전셋값마저 치솟자 대출을 가득 끼고 매매로 선회한 것이다. 이 씨는 “대출 규제가 까다롭지만 9억원 이하 중저가 단지는 특례 대출 등을 활용해 진입할 수 있었다”며 “전세난이 언제 끝날지 몰라 차라리 내 집을 마련해 마음 편히 시작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와 전세난이 맞물리면서 서울 외곽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15억원 이하 단지로 대거 몰리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노원구와 도봉구, 강북구 등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른바 ‘키 맞추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와 동일한 0.27%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71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3개 구에서 상승폭이 확대됐다. 성북구는 종암동과 길음동 중소형 단지를 중심으로 0.40%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어 은평구 0.37%, 서대문구 0.31%, 강남구 0.31%, 노원구 0.25%, 관악구 0.23%, 금천구 0.22% 등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강세가 지속되는 흐름이다.

 

◆ 15억원 이하 중저가 쏠림... 노원구 거래량 급증

 

최근 15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눈에 띄게 늘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올해 2월부터 5월 16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거래의 81.6%가 15억원 이하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3개월 평균인 78.2%보다 3%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가격대별로 6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20.7%에서 23.6%로 확대됐다. 6억원에서 9억원 구간 역시 26.3%에서 28.7%로 늘어났다. 반면 15억원에서 25억원 구간은 15.1%에서 13.2%로 줄었고 25억원 초과 거래도 감소세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노원구를 중심으로 거래가 집중되는 관측이 나온다. 노원구는 지난 4월 아파트 거래량이 920건으로 서울 자치구 평균의 3배를 웃돌았다.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 역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곽 지역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 경신 사례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중랑구 신내동 ‘신내역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 전용면적 84㎡는 지난 13일 10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9단지래미안’ 전용면적 84㎡ 역시 지난달 12일 14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다시 기록했다. 1년 전 11억원대 중후반이던 시세와 비교하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른 셈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 5년 반 만에 최고치 전세수급지수... 매매 전환 가속화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 외곽 지역 집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세 매물 부족과 전셋값 상승이 장기화하면서 일부 임대 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는 흐름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세 수급 불균형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2.5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2월 셋째 주 122.8 이후 약 5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세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나타내는 지표로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를 뜻한다.

 

월세 시장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월세수급지수는 지난달 서울 기준 114.8로 전월 대비 5.1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들어 1포인트 안팎에 머물던 상승폭이 크게 확대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불안이 매매 수요를 자극하며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격차 축소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보유세 강화의 대상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고가 아파트인데, 지금 신혼부부나 젊은 직장인들이 매수를 주도하며 집값이 오르는 지역들은 경기 남부, 서울 노도강 등 외곽 지역이고, ‘반도체 머니’로 살 수 있는 집도 주로 15억~20억 이하 매물들이고 대부분 실수요 목적일 것”이라며 “정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금을 공급 확대에 투입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