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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달라하라에 비해 몬테레이 FIFA 팬 페스티벌 인파가 턱없이 적은 것을 보고 ‘총, 균, 쇠’가 떠오를 줄이야 [남정훈 기자의 올라!메히꼬]

[몬테레이=남정훈 기자] 페이지 수가 700쪽이 넘어 ‘벽돌책’으로 유명한 제러미 다이아몬드의 명저 ‘총, 균, 쇠’를 아시나요. 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줄이면 문명의 발달 수준이 차이나는 이유는 각 지역이 가진 지리적, 환경적인 특징 때문이라는 겁니다. 지리나 기후 등의 환경적인 요인에 따라 잉여 자원의 차이가 나고, 여기에서 문명 발달의 수준이 벌어진다는 얘기죠. 결국 4계절이 뚜렷한 온대기후의 국가들이 1년 내내 덥거나 추운 국가들에 비해 잘 사는 것은 기후적 요인이지, 인종이나 각 민족의 선천적 능력 차이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축구 칼럼에 왠 뚱딴지같은 ‘총, 균, 쇠’ 얘기를 꺼냈는지 의아해하실 겁니다. 홍명보호의 조별리그 1, 2차전 현장 취재를 위해 약 2주간 머물렀던 과달라하라와 3차전 취재를 위해 넘어온 몬테레이를 비교해 봤을 때, 축구에 대한 관심이 왜 확연하게 차이 나는 것일까를 고민하다가 문득 ‘총, 균, 쇠’의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해발 1500m대의 고지대인 과달라하라는 한낮에도 기온이 섭씨 30도를 넘는 일이 좀처럼 없습니다. 저녁엔 한국의 가을 날씨처럼 서늘하기까지 합니다. 축구를 즐기기에 딱 좋은 날씨 때문일까요? 과달라하라 대성당 근처에 마련된 FIFA 팬 페스티벌엔 평일, 주말은 물론 낮, 저녁을 가리지 않고 축구를 즐기려는 수천 명의 인파들로 가득했습니다. 멕시코 경기가 아닌 다른 나라 간의 맞대결도 상관없습니다. 축구 자체를 즐기려는 이들의 모습에 ‘아, 멕시코인들의 축구 사랑이 정말 대단하구나’ 싶었죠.

 

반면 해발고도가 540m로 과달라하라에 비해 1000m가량 낮은 몬테레이는 분지 지형으로 여름철 한낮엔 섭씨 40도를 넘기는 일도 허다합니다. 게다가 습합니다. 5분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턱 막힐 지경입니다. 그런데도 한국 취재진이 몬테레이에 도착한 22일(이하 한국시간) 오후엔 팬 페스티벌에 수많은 멕시코인이 몰려들기에 ‘역시 멕시코인들의 축구 사랑은 날씨를 가리지 않는구나’ 감탄했죠.

 

하지만 제 착각이었습니다. 이날 사람이 몰린 이유는 유명 록밴드인 ‘이매진 드래곤스’가 팬 페스티벌에서 라이브 공연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무려 12만명이 왔다고 하네요. 여기 시간으론 주말이었기에 더 많은 멕시코인들이 몰렸다고도 하네요.

 

하루가 지난 23일 오후, 팬 페스티벌 행사장을 다시 방문해 보았습니다. 방문자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동선으로 인해 땀을 한 바가지를 쏟은 끝에 도착해보니 과달라하라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대형 스크린은 단 1개에 불과했고, 사람들도 100~200명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멕시코 대표팀의 상징인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은 거의 없고, 프랑스, 일본, 한국 등 다른 나라 유니폼 입은 팬들이 더 많이 보일 정도였습니다.

 

행사장 미디어 업무 담당자인 멜리사 가르자(32)는 “어제가 밴드 공연 때문에 이례적으로 사람이 몰렸을 뿐이다. 멕시코 경기가 없는 날에는 이 정도 인파만 온다. 워낙 더운 날씨기 때문에 사람들이 굳이 이곳을 방문해서까지 축구를 즐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과달라하라는 관광업이 주 산업이라 팬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몬테레이는 제철 공업 등 산업도시다 보니 평일인 오늘은 사람들이 많이 올래야 올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도시의 축구 사랑은 지리적, 환경적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는 제 추론과 가정이 옳았습니다. 아무리 멕시코인들의 축구 사랑이 유별나다 해도 섭씨 40도에 가까운 폭염을 견디면서까지 야외 행사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적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오늘 몬테레이는 한국과 남아공의 조별리그 최종전 킥오프 시간인 저녁 7시에도 기온이 31도에 습도가 50%가 넘어갑니다. 우리 태극전사들이 이 무더위를 이겨내며 남아공을 상대로 승리하거나 최소 비겨서 A조 2위를 차지해 32강 토너먼트가 펼쳐지는 로스앤젤레스행 티켓을 무사히 따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