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남의 얼굴을 내 얼굴처럼 느껴…인스타그램 오래 쓰면 이렇게 된다

인스타그램을 오랫동안 사용할수록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는 신체 정체성 형성 과정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가상현실(VR) 환경에서 낯선 사람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사크로 쿠오레 가톨릭대 마리아 산소니 박사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컴퓨터스 인 휴먼 비헤이비어(Computers in Human Behavior)’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스타그램 사용 습관과 신체 정체성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평균 연령 25.8세인 성인 95명을 대상으로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과 사용 기간, 미용 필터 사용 여부 등을 조사했다. 참가자들의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은 62.8분, 평균 사용 기간은 7.7년이었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이후 참가자들은 VR 헤드셋을 착용한 채 화면 속 낯선 얼굴이나 가상 아바타와 자신의 얼굴·신체에 동일한 촉각 자극을 받는 실험에 참여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참가자들이 가상의 얼굴이나 몸을 얼마나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는지 측정했다.

 

분석 결과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이나 미용 필터 사용 여부는 외모 불만족도, 심장 박동 인식 능력과 뚜렷한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사용 기간이 길수록 가상현실 속 타인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처럼 느끼는 경향은 유의미하게 높아졌다. 또한 미용 필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아바타의 몸을 자신이 직접 통제하는 것처럼 느끼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신체 정체성의 디지털 침식(Digital Erosion of Bodily Identity)’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외모나 자기 이미지뿐 아니라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는 신체 정체성 형성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인스타그램 사용이 정신건강 문제를 유발한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한 관찰된 변화가 반드시 부정적인 결과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라며 디지털 환경과 신체 정체성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