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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왕족 男 양자 삼으면 돼” 했다가 역풍 맞은 日 자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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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은 남자만’ 고집 일본 왕실 고사 직전
자민당, “이탈한 옛 왕족 다시 수용” 주장
野는 “왕실 여성도 일왕 될 기회를” 맞불

군주제를 운영하는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여성(공주)도 국왕으로 즉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과 달리 일본은 ‘국왕=남성’이란 과거의 인식을 고수하고 있다. 자식이 딸 하나뿐인 나루히토(徳仁) 현 국왕의 유고(有故)가 발생하는 경우 왕위는 딸 말고 남동생 또는 남자 조카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23일 일본 지지(時事)통신에 따르면 야당인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재는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집권 여당인 자민당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재를 강하게 비판했다. 노다는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1년3개월 넘게 총리를 역임한 거물 정치인이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입헌민주당 전 총재. 2011년 9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일본 총리를 역임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입헌민주당 전 총재. 2011년 9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일본 총리를 역임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노다는 아소가 자민당 내부의 ‘안정적 왕위 계승 확보에 관한 간담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자민당은 원내 1당이자 과반 다수당으로서 일본 왕실 구성 및 왕위 계승 등에 관한 전범(典範) 개정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은 영국 등 군주제를 유지하는 서방 선진국들과 달리 ‘여성은 왕위를 계승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제도 또한 그렇게 설계돼 있다. 현 일본 왕실 전범은 “왕위는 남계 남성이 계승한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나루히토 현 일왕의 외동딸인 아이코(愛子·24) 공주에겐 왕위 계승 자격이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일본 국왕이 궐위가 되면 국왕의 조카이자 아이코 공주의 사촌동생인 히사히토(悠仁·19) 왕자가 왕위를 이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에 일본 국회 참의원(상원) 및 중의원(하원)의 자민당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인 1947년 왕가에서 이탈한 방계 혈통인 옛 11궁가(宮家)의 남계 남성을 왕실이 양자로 들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왕가에서 이탈한 옛 왕족을 다시 수용해 남계 남성 수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히사히토 부부마저 아들을 낳지 못해 왕위 계승이 완전히 끊길 가능성을 막겠다는 것이다.

나루히토 현 일본 국왕(가운데)과 부인 마사코 왕비(왼쪽), 그리고 딸 아이코 공주. ‘여성은 왕위를 계승할 수 없다’는 일본 왕실 전범에 따라 아이코는 부왕(父王)의 뒤를 이어 일왕으로 즉위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다. AFP연합뉴스
나루히토 현 일본 국왕(가운데)과 부인 마사코 왕비(왼쪽), 그리고 딸 아이코 공주. ‘여성은 왕위를 계승할 수 없다’는 일본 왕실 전범에 따라 아이코는 부왕(父王)의 뒤를 이어 일왕으로 즉위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다. AFP연합뉴스

반면 노다 등 야권 지도자들은 “여성 왕족에게 왕위 계승권을 부여하면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여성이 왕위를 이어받아도 되는데, 관련 논의가 불충분하다”는 응답이 많이 나왔다.

 

현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는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다. 하지만 그는 지금처럼 남성만 국왕이 될 수 있도록 한 제도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다카이치는 처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도전한 2021년 9월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현행 일왕 제도는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단호한 답변을 내놓은 뒤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일본은 전 세계의 입헌군주국 가운데 여성은 국왕이 될 수 없는 몇 안 되는 나라들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지난 2024년 10월에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까지 나서 “부계 남성만 왕위를 계승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법률을 시정하라”고 촉구했음에도 일본 정부는 요지부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