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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한반도 평화공존, 희망과 현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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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장관 ‘김정은 친서’ 언급
북·미 정상 접촉에 기대감 표출
美 전문가는 “매우 위험한 만남”
서로 뭘 주고받을지 알 수 없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2일 서울에서 열린 ‘2026 국제 한반도 포럼’에서 한 개회사는 꽤나 희망적이었다. 정 장관은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한 것을 두고 이정철 서울대 교수의 분석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을 기해 조용히 김 위원장의 친서가 도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는데 정 장관은 “일리가 있다”고 동조했다. 그러면서 북·미 접촉과 대화의 재가동을 기대했다.

통일부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북한 주장에 동조한다, 너무 앞서 간다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어떻게 해서든 남북 간 대화, 교류의 계기를 만들려 애쓰고 있기도 하다. 그의 기대대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면 한반도 정세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다. 마침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충분히 희망을 품어봄 직하다.

강구열 외교안보부 부장
강구열 외교안보부 부장

하지만 포럼에 참가한 미국 전문가는 ‘현실’을 이야기하며 전혀 다른 진단을 내놨다. 조엘 S 위트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북·미 대화 재개 전망에 지극히 회의적이었는데 이런 판단의 근거에 꽤 공감이 됐다.

그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났던 2018년과 달리 지금 북한은 미국과 관계를 맺는 데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봤다. 근거는 러시아와의 밀착이다. 우크라이나전쟁 파병으로 ‘혈맹’ 운운할 정도로 러시아와 가까워지며 북한은 뒷배를 든든히 했다. 지난 8∼9일 시진핑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킨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조엘 특별연구원은 “(북한이) 러시아라는 중요한 새로운 동맹을 확보했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재래식 전력을 현대화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세계무대의 주역으로 여기고 있어 북한은 미국 한국과 다시 관계를 맺는 데 관심이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 자체의 문제도 짚었다. 그는 트럼프 집권 1기 때와 비교하며 현재 미국 정부에 북한을 제대로 다룰 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1기 집권 당시에는 마이크 폼페이오와 스티브 비건이 각각 국무장관,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일하며 북한과 관련된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지침을 만들고, 로드맵을 제공했다. 조엘 특별연구원은 “현재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그러한 것이 존재하냐”고 반문하며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 외에는 미국 정부 내에 (북한과의 관계에서) 경험이 있는 인사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 자체를 “매우 위험하다”고 한 게 특히 흥미로웠다. 둘 간의 만남을 한반도 정세를 긍정적으로 이끌 특별한 계기로 보는 일반적 인식과는 정반대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통제불능 상태”이며 외교는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의 이란 상황이다. 그러면서 만남이 성사되면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계했다. 그럴 것 같지 않은가. 전형적인 ‘유아독존’형 지도자인 트럼프 대통령과, 자국 내에서는 견제되지 않은 권력을 가진 독재자 김 위원장이 배짱을 맞춘다면 무엇을 주고받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들은 한국의 입장, 견해를 존중할까. 존중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제동을 걸거나 흐름을 바꿀 구체적인 수단을 갖고 있는가. 짚어봐야 할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반도 정세에 뒤엉킨 ‘희망’과 ‘현실’을 떠올렸다. 맥락없이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을 두고 친서 교환까지 짐작하는 건 현실성 없는 ‘희망고문’은 아닌가. 방향타를 쥔 지도자 간의 만남을 위험하다고 해버리고 희망이 거세된 현실에 절망할 것인가. 대답을 찾기 힘든 이런 의문이 한동안 한반도 정세에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직시해 먼 여정을 준비하며 신발끈을 바짝 고쳐 매는 것, 그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