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노인에게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주기 시작한 건 서울지하철 2호선이 완전히 뚫리면서다. 1984년 5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개통식에 참석해 “노인복지 향상과 경로사상을 높이기 위해 지하철 운임 면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엄혹한 군사정권 시절이라 서울시는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었지만, 이때만 해도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3.9%에 불과해 부담이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 인구가 급증해 이젠 65세 이상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가 됐다. 지난해 65세 이상은 5명 중 1명(21.2%)까지 늘어났다. 이런 인구학적 변화로 지하철을 운용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이 크게 압박받고 있다.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서울교통공사의 연간 손실액은 지난해 기준 4500억원에 달한다. 노인들의 사회활동 촉진과 건강 유지라는 이득을 감안하더라도 지자체가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규모다. ‘지공거사(地空居士·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노인)’로 조롱당하는 등 노인 무임승차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2024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노인층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폐지를 총선 1호 공약으로 내놔 논쟁이 뜨거웠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대신 연 12만원의 교통카드를 주겠다고 한 것. 이 대표는 “연간 8000억원이 넘는 지하철 적자는 미래 세대의 빚”이라며 압박했는데, 젊은층의 표를 얻으려는 포석이 깔려 있었다. 그러자 당시 대한노인회장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노인을 학대하는 주장이다. 패륜아 정당을 만들겠다는 망나니짓”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그제 서울시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상향하고, 70세 이상 어르신에게 버스요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6·3 지방선거 공약이다. 어르신들 사이에선 환영, 반발하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지하철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노인들과 사회를 연결하는 수단이다. 갈등을 줄이려면 소통이 중요하다.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도 어르신들도 납득할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 ‘고차방정식’을 잘 풀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