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이 청양·부여 지천댐 건설 문제의 최종 판단을 공론화위원회에 맡기겠다고 밝히면서, 오랜 찬반 갈등을 빚어온 지천댐 논의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박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대규모 댐 건설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지만, 당선 이후에는 도지사 개인의 신념이나 정치권의 판단이 아닌 주민 숙의의 결과를 따르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집권에 실패한 김태흠 현 충남지사는 충남의 물 부족과 홍수 대응, 산업단지 조성 등을 위해 지천댐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주민 설득과 사업 추진 의지를 이어왔다.
박 당선인은 23일 공주 아트센터 고마 컨벤션홀에서 열린 공주·부여·청양 ‘도민과 통하는 충남’ 타운홀 미팅에서 “지천댐과 관련해 그동안 반대 입장을 밝혀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선거 이후에는 모든 주민 의견을 모아 가장 좋은 방법으로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 모두가 100% 만족하는 결정은 있을 수 없지만, 주민의 운명을 좌우할 결정을 도지사나 시장·군수가 해서는 안 된다”며 “주민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당선인은 공론화위원회의 독립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공론화위원회의 핵심은 공정성과 중립성, 투명성으로 누구도 관여하면 안 된다”며 “위원회가 토론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를 요구하면 지방정부는 오염되지 않은 자료를 제공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도 공직자들을 향해서도 공론화 과정에 개입하지 말 것을 주문하며 “공론화위원회에서 찬성 결론을 내준다면 100% 승복하겠다”고 밝혔다. 반대 결론이 나올 경우에도 찬성 측 주민들이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당선인의 이날 발언은 지천댐 자체에 대한 찬성 전환이라기보다, 선거 전 개인적·정책적 입장과 당선 후 도정 운영의 원칙을 구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당선인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 충남환경운동연합 정책 질의에 “대규모 댐 중심이 아니라 수요관리, 하천복원, 수원 다변화, 천변저류지 등 통합물관리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지천댐 건설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용수 수요와 지역 여건, 주민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태흠 지사의 접근법은 보다 직접적이었다. 김 지사는 그동안 기자회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천댐을 “충남 미래 100년을 책임질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지천이 지형 여건과 수량 측면에서 물을 담수하기에 적합한 곳이라며, 충남의 만성적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지천댐을 단순한 물 관리 시설이 아니라 주거·산업·농축산·관광을 아우르는 지역 성장 기반으로 봤다. 반도체·디스플레이·석유화학·철강 등 충남 주력산업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산업용수 확보가 핵심 인프라라는 논리도 폈다. 생활·농업용수 수요 증가 가능성, 기후위기에 따른 가뭄과 홍수 대응까지 지천댐 추진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김 지사 역시 주민 수용성 확보 없이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찬반 주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충분히 논의하고, 필요하면 주민투표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지난해 3월에는 “기존 환경부의 입장과 태도만으로는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며 정부에 주민 지원책을 보완하라고 주문했다. 반대 주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오해를 풀어 협의체 참여를 설득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지천댐은 청양 장평면과 부여 은산면 일원에 저수용량 5900만㎥ 규모로 추진이 검토돼 온 사업이다. 충남도와 찬성 측은 반복되는 가뭄과 홍수, 안정적 용수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수몰 피해와 지역 공동체 붕괴, 생태 훼손 우려를 들어 백지화를 요구해 왔다. 지천댐 건설은 과거에도 주민 반발로 여러 차례 추진이 무산된 바 있다.
최근에는 공론화위원회 구성 자체를 둘러싼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반대 주민들은 지천댐이 정부의 최종 후보지에서 제외됐는데도 공론화 절차를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위원회 중단과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찬성 주민들은 공론화가 갈등을 해소할 합리적 절차라며 조속한 논의를 촉구하고 있다.
결국 지천댐은 김태흠 지사의 ‘필요성 입증과 주민 설득을 통한 추진’ 노선에서, 박수현 당선인의 ‘개입 없는 숙의와 결과 승복’ 노선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게 됐다. 공론화위원회가 얼마나 공정한 구성과 신뢰할 만한 자료 검증, 충분한 주민 참여를 보장하느냐에 따라 지천댐의 향방뿐 아니라 새 충남도정의 갈등 조정 능력도 함께 평가받게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