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레이=남정훈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은 현역 시절 ‘아시아의 베켄바워’라는 칭송을 받을 정도로 명 수비수로 명성을 떨쳤다. 몸싸움이나 대인 수비 능력은 다소 아쉽지만, 뛰어난 축구 지능을 바탕으로 스토퍼들의 두리르 커버한 뒤 넓은 시야와 뛰어난 양발을 앞세워 후방 빌드업은 물론 이따금 골까지 터뜨렸다. 여기에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4강 신화’를 써냈던 2002 한일 월드컵에선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다. 현역 시절 홍명보 감독의 활약은 실패가 거의 없었다. 한국 축구의 중심이었다.
은퇴 후 지도자로도 초기엔 승승장구했다. 2009 U-20 월드컵 8강,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등 연령별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으며 좋은 성과를 냈다.
그러나 2014 브라질 월드컵은 홍명보 감독 축구 인생에 첫 실패였다. 지도자로는 많은 경험없이 A대표팀을 맡은 게 문제였다. 런던 올림픽 동메달 멤버 위주로 대표팀 엔트리를 구성해 ‘의리 축구’ 논란이 일었고, 본선에서도 1승 제물이라던 알제리에게 0-4로 패하는 ‘알제리 쇼크’를 당한 끝에 1무2패로 탈락하고 말았다. 당시 전국민적으로 엄청난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이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행정가 경험에 중국과 K리그에서 감독을 맡으며 현장 경험도 쌓은 홍명보 감독은 지난 2024년 공정성 논란 속에 다시 한 번 축구대표팀 감독에 부임했다. 취임 당시 “이제 난 나를 버렸다. 한국 축구밖에 없다”라는 말로 다시 한 번 대표팀 감독에 도전한 홍명보 감독에게 2026 북중미 월드컵은 12년 전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명예회복의 장’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그런 시각에 대해 철저히 선을 그었다. 홍명보 감독은 남아공과의 일전을 하루 앞둔 24일(한국시간)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청사진을 밝혔다.
기자회견 말미에 12년 전의 실패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저는 그저 지금 선수들과 이번 월드컵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중이다. 저의 개인적인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 아울러 예전의 실패를 명예회복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 않다. 제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 할 뿐이다. 저의 개인적인 부분을 이번 월드컵에 결부시키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홍명보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분명히 선을 그었지만, 선임 과정에서의 불공정 논란으로 인한 숱한 비판 속에서도 꿋꿋하게 사령탑직을 수행한 것만 봐도 개인적인 명예회복이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리 없다. 과연 홍명보 감독은 남아공전 승리 혹은 무승부를 통해 32강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조 3위까지 주어지는 32강 토너먼트 진출이 불공정 논란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순 없지만, 16강, 8강으로 나아가기 위한 1차 관문이다. 반드시 남아공전 승리 혹은 무승부가 필요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