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와 배드민턴, 탁구의 장점을 섞은 라켓 스포츠 ‘피클볼’이 국내에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코트가 작고 공 속도가 느려 쉽게 입문할 수 있지만, 반복적인 스윙과 짧은 방향 전환이 많아 팔꿈치와 어깨, 무릎에 부담이 쌓일 수 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피클볼은 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걷기와 전후좌우 이동, 몸 낮추기, 방향 전환이 반복돼 심폐지구력과 민첩성, 균형감각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복식 경기로 즐기기 쉬워 중장년층에게는 사회적 교류와 신체활동을 함께 얻을 수 있는 운동으로도 주목받는다. 대한피클볼협회는 전국 피클볼 클럽이 100여 개, 동호인 수는 1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입문 장벽이 낮다고 부상 위험까지 낮은 것은 아니다. 피클볼은 한 손으로 패들을 잡고 공을 반복적으로 받아치는 운동이다. 이 과정에서 팔꿈치, 어깨, 손목에 부담이 쌓일 수 있다. 또 공을 받기 위해 갑자기 방향을 바꾸거나 몸을 낮추는 동작이 많아 무릎, 발목, 허리에도 무리가 갈 수 있다.
2025년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Public Health’에 게재된 국내 연구에 따르면 피클볼 참여자 중 손상을 경험한 비율은 34.2%였다. 손상 부위는 무릎이 23.3%로 가장 많았고, 팔꿈치·전완부 18.1%, 어깨·상완부 17.2% 순이었다. 특히 손상의 78%는 한 번의 외상보다 반복 사용으로 서서히 발생하는 과사용 손상으로 분석됐다.
피클볼을 즐기다 흔히 겪을 수 있는 질환 중 하나는 팔꿈치 외상과염, 이른바 ‘테니스 엘보’다. 팔꿈치 바깥쪽 힘줄이 반복적인 사용으로 미세 손상을 입으면서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패들을 강하게 쥐고 백핸드 동작을 반복하거나, 손목이 뒤로 젖혀진 상태에서 공을 받아치면 팔꿈치 바깥쪽 힘줄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팔꿈치 바깥쪽 뼈 부근을 눌렀을 때 아프거나, 주먹을 쥔 상태에서 손목을 뒤로 젖힐 때 통증이 느껴진다면 외상과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통증이 손목 쪽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통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운동을 쉬는 것이 좋다.
어깨 회전근개 손상도 주의해야 한다. 피클볼은 테니스처럼 강한 서브나 오버헤드 동작이 많은 운동은 아니지만, 공을 받아 치는 과정에서 어깨와 팔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어깨 관절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회전근개 기능이 약해지면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중장년층은 회전근개 힘줄이 퇴행성으로 약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작은 반복 자극에도 통증이 생길 수 있고, 기존 질환이 악화될 수도 있다. 팔을 들어 올릴 때 어깨 앞쪽이나 옆쪽이 아프거나, 밤에 통증이 심해지거나, 팔을 등 뒤로 돌리기 어렵다면 회전근개 질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부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운동 전 준비운동을 충분히 해야 한다. 손가락이나 손목만 가볍게 돌리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5~10분 정도 가볍게 걷거나 제자리 뛰기로 체온을 올린 뒤 어깨 돌리기, 몸통 회전, 손목 스트레칭 등을 해주는 것이 좋다.
손목과 전완근 강화 운동도 도움이 된다. 가벼운 아령이나 물병을 들고 손목을 천천히 굽혔다 펴거나,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한 상태에서 손목을 들어 올렸다 내리는 동작을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반복하면 팔꿈치 주변 힘줄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장비 선택도 중요하다. 패들이 너무 무겁거나 그립이 손에 맞지 않으면 손목과 팔꿈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손목이 약하거나 과거 외상과염을 앓은 적이 있다면 손목 보호대나 팔꿈치 밴드를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보호대는 통증을 참고 운동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반복 충격과 과도한 움직임을 줄이는 보조 수단으로 봐야 한다.
처음 피클볼을 시작하는 사람은 경기 시간을 짧게 잡고, 연속으로 장시간 운동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중장년층은 운동 후 팔꿈치 바깥쪽 통증, 어깨 야간통, 관절 부위 부종이 생기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 근육통으로 넘기지 말고 운동 자세와 빈도를 조절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부평힘찬병원 김유근 병원장은 “피클볼은 운동 효과가 좋은 스포츠지만 반복적인 스윙과 한쪽 팔을 주로 쓰는 라켓 스포츠 특성상 팔꿈치, 어깨, 손목 통증이 생길 수 있다”며 “처음 시작할 때는 승부보다 자세와 운동량 조절에 집중하고, 스트레칭과 전완근 강화, 충분한 휴식을 병행해야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