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의 대러 장거리 드론 작전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러시아 에너지 부문 추가 제재에도 동의한 것으로 전해지자 러시아가 미국의 중재 역할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의 목표물을 장거리로 타격한 최근 드론 작전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고 열광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발언은 우크라이나군이 중·장거리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군 보급망뿐 아니라 러시아 본토 내 석유 인프라와 군사시설까지 공격 범위를 넓히며 전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대한 추가 제재에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기류에 러시아는 불편한 내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외교정책 행사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객관적인 중재자 역할에서 물러서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정직한 중재자가 될 수 있다는 모든 희망이 오래전에 무너졌다는 전제 아래 목표 달성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반발은 최근 미국 내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기를 잡고 있다는 기존 인식이 흔들리는 분위기와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FT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은 지난 3월까지만 해도 러시아가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러시아가 전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이달 상원 청문회에서 "러시아가 개전 첫날 설정한 목표를 분명히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도 우크라이나전 전황 우열에 대한 인식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한 나토 고위 군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가 충분한 지원을 받으면 실제 작전상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러시아 방어선은 뚫을 수 없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키이우에 대한 보다 강력한 지원에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러시아를 상대로 종전 압박에 나설 의지도 커지고 있다는 신호를 감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 뒤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생산 라이선스 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이 처음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도 약속을 번복한 전례가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호의적으로 언급해온 만큼 실제 정책 변화가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주도의 종전 협상도 중동 전쟁 발발 이후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교착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군사학교 졸업생들과의 행사에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절박함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그동안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해온 가운데 "외부와 내부의 모든 위협에 적절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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