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와 투자리딩사기 조직의 범죄 수익금 수십억원을 세탁한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일당은 국내 체류 외국인, 특히 결혼이주민이나 유학생의 일상적인 해외 송금 관행을 조직적으로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범죄 수익금을 이체받아 해외로 송금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A씨와 유학생 B씨 등 26명을 검거해 송치하고 이 중 사안이 중한 4명을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보이스피싱과 투자리딩사기 조직이 확보한 범죄 수익금을 자신의 계좌로 받은 뒤 제3자 계좌로 재이체하거나 해외로 송금하는 방식으로 905차례에 걸쳐 총 85억원을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송금액의 10%를 수수료로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범행에 가담했으며 일부는 주변의 결혼이주여성 등을 자금 세탁에 추가로 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자금 세탁 사건을 넘어 국내 체류 외국인의 생활환경과 경제활동 구조를 파고든 새로운 범죄 유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범죄 조직은 ‘송금 아르바이트’, ‘해외 송금 대행’, ‘수수료 지급’ 등의 표현을 사용해 범죄라는 인식을 희석하고, 단순한 금융 업무나 부업처럼 접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송금 자체가 일상적인 경제활동으로 자리 잡은 만큼 범죄 조직 입장에서는 의심을 피하기 쉽고, 실제 송금 행위와 범죄 행위를 구분하기 어려운 점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범죄 조직이 결혼이주여성들의 생활 방식을 치밀하게 분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 등 동남아 출신 결혼이주여성들은 국내 정착 이후 친정 가족의 생계 지원이나 자녀 교육비, 의료비 등을 위해 정기적으로 본국에 송금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한국의 언어 장벽과 금융·법률 정보 부족, 사회적 고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범죄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 단속뿐 아니라 예방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다국어 금융교육과 범죄예방 교육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국인 지원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대학 국제교류기관 등을 활용한 맞춤형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 불법 송금 아르바이트 광고에 대한 온라인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외국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예방 홍보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경찰은 단순히 계좌를 빌려주거나 돈을 대신 송금해도 범죄수익은닉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르면 출처를 알 수 없는 자금을 대신 이체하거나 송금하는 행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체류 외국인의 경우 형사처벌뿐 아니라 체류 자격 연장 제한이나 강제 출국 등 출입국상 불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이번 범행을 지시한 상선과 범죄 조직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는 한편, 이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자금세탁 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전북경찰 관계자는 “친구나 지인의 부탁이라도 통장을 빌려주거나 돈을 대신 보내주는 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며 “출처가 불분명한 돈을 송금해 달라는 제안을 받으면 외국인종합안내센터(1345)나 경찰(112)에 즉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