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아동에게 제공되는 ‘결식아동 급식카드’가 카페·술집 등 식사와 관련이 없는 곳에서 지난해만 12억원 넘게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부패예방추진단과 보건복지부는 ‘결식아동 급식카드 운영실태’ 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급식카드를 운용 중인 지방정부 182곳이 대상이 됐고, 17개 광역시도별 1~2곳의 시군구를 선정해 현장 조사를 했다. 기간은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였다.
조사 결과 지난해 1~8월 부적정 업종에서 결제된 금액은 12억4762만원으로 드러났다. 결식아동 급식카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18세 미만 취약계층 아동이 음식점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매월 30만원씩 충전되는 카드다. 현재 15만명의 아동이 급식카드를 이용 중이다.
부적정 업종 중 가장 많이 결제된 곳은 카페(10억9118만원)였다. 정부는 식사와 관련이 적어 카페를 부적정 업종으로 분류했다. 이 외에 학원·병원·미용실 등 생활시설(1억4408만원), 술집(728만원), PC방·키즈카페 등 오락시설(507만원)에서 결식아동 급식카드가 사용됐다.
식사에 쓰였을 가능성이 작은 심야(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에 결제한 금액도 전체 결제금액의 약 4.4%인 93억원에 달했다.
부적절한 결제도 횡행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결식아동의 부모가 자신의 가게에서 급식카드를 전액 결제한 사례도 적발됐다. 부모가 결식아동을 학대해 분리된 뒤에도 부모가 급식카드를 사용하거나, 아동이 사망한 뒤에도 부모가 계속 급식카드를 사용하는 사례도 드러났다.
결식아동이 급식카드에 충전된 급식비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해 자동 소멸하는 금액도 많았다. 2024년 기준 카드 충전액 중 전부 사용되지 못하고 소멸한 금액이 총 171억원으로 전체 충전금액(약 2207억원)의 약 7.8%에 달했다. 미사용 원인으로는 카드 사용 시 아동의 낙인감 우려, 사용방법 미숙지 등으로 확인됐다. 충전금액의 10%도 사용하지 않은 아동도 4800여 명에 달했다.
정부는 지방정부에 제도개선 방안을 권고하고, 점검 및 지원할 방침이다. 먼저 카드사와 협의해 술, 담배 등 금지품목 결제제한 시스템을 일반마트까지 확대하도록 한다. 결제제한 시스템 도입이 어려운 소형마트 등에 대해서는 허위 결제나, 생활용품 구매 등 구매내용을 수시 점검하는 체계를 마련토록 한다. 심야 이용도 제한할 예정이다.
장기 미사용도 지방정부가 주기적으로 점검하도록 한다. 시스템 개선을 지방정부 담당자들이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담당자 정기교육도 마련할 계획이다.
김영수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장은 “새 지방정부가 시작되는 만큼 아동급식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급식카드의 장점도 있지만 도시락, 반찬 배달 등 급식지원 제도 취지에 보다 부합하는 대안의 검토도 필요하다”고 했다.
현수엽 복지부 제1차관은 “부적절한 품목 결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가맹점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며 “아동들이 이용 가능한 식당이나 잔액을 몰라 지원금이 방치되지 않도록 사용자 맞춤형 안내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