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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갑질’ 대가 혹독했다… 시민단체, 금복주 “살리자” 호소에도 민심은 ‘싸늘’ [별별화제]

성차별과 하청업체 비리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대구∙경북 지역 소주업체 ‘금복주’의 매출이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논란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타격과 대기업의 시장 잠식, 음주 문화 변화 등이 겹치면서 향토 기업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6년 3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금복주 규탄 기자횐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2016년 3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금복주 규탄 기자횐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금복주의 2023~2025년 연매출액은 각각 602억여원, 571억여원, 521억여원으로 감소 추세다. 2016년 당시 매출액이 1391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매출액은 반토막 수준이다. 10년 전인 2016년 당시 1391억여 원에 달했던 매출과 비교하면 현재는 약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때 대구∙경북 소주 시장에서 90%를 웃돌던 절대적인 점유율도 반토막이 난 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주류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과거 기업 윤리 논란으로 촉발된 소비자들의 외면이 꼽힌다. 딩시 금복주에 근무하던 한 여성 직원이 결혼을 앞두고 퇴사 압박을 받았다며 노동 당국에 신고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성명을 내고 성평등한 직장 문화와 제도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후 금복주 직원이 판촉물 배부 업체 대표 측에서 수년간 명절마다 상납금을 받았다는 사실도 경찰 수사로 드러나는 등 논란이 이어지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구에서 대대적인 불매 운동이 이어졌다. 시민단체들은 남구 안지랑 곱창골목과 동구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 등을 찾아 업소와 손님들을 대상으로 금복주의 행태를 고발하는 1인 캠페인을 펼친데 이어, 대형마트 등 소매 판매점에서도 참소주 불매를 위한 1인 캠페인을 펼쳤다.

 

대구 동구 신천동 한 주점에서 금복주 영업사원이 태블릿PC를 이용해 판촉 활동을 하고 있다.
대구 동구 신천동 한 주점에서 금복주 영업사원이 태블릿PC를 이용해 판촉 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에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거대 주류 대기업들이 물량 공세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지방 안방 시장을 빠르게 잠식한 점도 치명타가 됐다. 현재 국내 소주 시장은 대기업의 독과점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금복주뿐 아니라 충청권의 선양소주 등 다른 지역 향토 주류사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류 소비 트렌드가 회식 중심에서 하이볼, 위스키 등으로 다변화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시민단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과거 불매운동을 주도했던 시민단체들은 “과거 성차별 등의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향토 기업 소멸에 따른 지역 경제 위축을 막기 위해 돌연 ‘범시민 구매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회사 측에서도 2억5000만원 상당의 장학금을 내놓는 등 자구책에 나서고 있지만,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기만 하다. 과거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성차별 관행과 갑질 비리의 상처가 깊은 탓에 단순한 ‘애향심 마케팅’으로는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인 박모(59)씨는 “시민단체가 구매 운동을 벌인다고 해서 굳이 이미지 부실 기업의 제품을 다시 찾아서 마실 이유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학생 최모(24)씨도 “트렌디한 대기업 소주나 하이볼에 익숙해진 젊은 층에게 금복주는 고리타분한 옛날 소주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과거 논란을 떠나 맛이나 브랜드 매력도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자발적으로 향토 기업 살리기에 나섰지만, 대기업 중심으로 굳어진 소비자의 입맛과 이미 돌아선 브랜드 신뢰도를 단기간에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