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이 권경애 변호사가 법정에 불출석해 패소했던 재판을 재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권 변호사의 연속 불출석 행위 자체의 위법성은 인정하면서도 민사소송법에 따라 소송이 이미 종료됐다고 봤다.
서울고법 민사8-2부(재판장 오영상)는 24일 고(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씨가 학교폭력 가해자와 학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022년 11월10일 항소취하 간주로 모두 종료됐다”며 “원고의 2026년 3월5일 기일지정신청 이후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판결 선고에 앞서 “판결 결과와 별개로 이 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원고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권 변호사가 이 사건 항소심에서 3회 연속 불출석해 이씨가 가해자 등에 대해 항소한 부분이 취하 간주로 종결되도록 한 행위는 이씨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에 따라 처리할 의무를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위반한 것”이라며 “그 위법성이 매우 중대하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 항소취하 간주는 민사소송법 268조의 요건 충족으로 법률에 의해 발생하는 효과”라며 “권씨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불출석했다는 사정이나 이씨가 주장하는 소송대리인의 대리권 남용 사정만으로는 항소취하 간주 효력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소송대리인이 재판에 불출석한 경우 다음 변론기일은 당사자 본인에게도 송달해야 하므로 이씨 본인에 대한 변론기일 통지 없이 이뤄진 항소취하 간주는 효력이 없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씨의 주장은 제도 개선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면서도 “이 사건에서 항소취하 간주 효력을 배제할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일부 피고들에 대해서는 항소취하 간주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씨 측 주장에 대해서도 “1·2차 변론조서를 보면 피고들이 변론기일에서 진술 내지 변론하지 않아 항소취하 간주 요건이 충족됐다”고 했다.
이씨는 판결 선고 직후 법정에서 “판사님이 고민하신 결과가 이것이냐, 증인 신청을 왜 안 받았냐”며 “변호사가 고의로 소송을 말아먹었는데 저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반발했다. 이후 취재진과 만나서는 “상고하고 재판소원을 또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기기 위해 그 길을 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단 한 점이라도 제대로 된 판단이 나오길 기다리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처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2022년 11월10일 당시 이씨를 대리하던 권 변호사의 3회 연속 불출석으로 항소취하 간주(원고 패소)로 종료된 일명 ‘학폭 노쇼 사건’이다.
유족은 1심에서 일부 승소했으나 2심에서 권 변호사가 3회 연속 불출석하며 항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돼 패했다. 당사자가 세 차례 이상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민사소송법에 따른 것이다. 권 변호사는 5개월간 패소 사실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고, 유족 측이 상고하지 못해 판결이 확정됐다.
이와 별개로 이씨가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최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결정이 내려져 서울중앙지법에서 다시 심리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