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30분)가 17년 만에 처음 1540원대로 마감했다. 미국 달러화 가치 강세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영향이다. 전날 10% 가까이 폭락했던 코스피는 반등에 성공했지만 장중 500포인트 가까이 급등락하며 극심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미국 금리인상 전망에 빅테크(거대기술기업)의 인공지능(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회의론 등이 겹치며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7원 오른 1541.8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540원을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9일(1549.0원)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당국 개입 경계에 4.2원 내린 1534.9원으로 출발했으나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오후에는 1542.9원까지 올랐다.
환율은 지난달 15일 주간거래 종가 기준 1500.8원으로 올라선 뒤 이날까지 27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환율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에 미국 금리인상 전망에 따른 강달러 흐름까지 더해지면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약 4조6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19일부터 4거래일 연속 순매도다.
달러 가치는 연일 강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오후 6시50분 기준 전날보다 0.21% 오른 101.62이다. 지난달 중동에서 포성이 잦아들며 100 아래로 내려갔던 달러인덱스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메시지를 내면서 상승 기조로 돌아섰다.
거시 지표에서 경고음이 이어지면서 증시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267.18포인트(3.26%) 오른 8471.02로 장을 마치며 전날 10% 급락의 충격을 만회했지만 장중 변동성이 극심했다. 코스피는 8356.79로 출발해 한때 8577.52까지 올랐으나 오후 한때 8080.99까지 밀리며 널뛰기했다. 최고·최저치 기준 장중 변동 폭은 496.53에 달했다. 이는 이달 들어 5번째 높고, 역대로 보면 8번째다.
이달 총 17거래일 중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가 4% 이상 등락한 것은 5일(-5.54%), 8일(-8.29%), 9일(8.18%), 10일(-4.52%), 12일(4.63%), 15일(5.20%), 23일(-9.99%) 등 7거래일이다.
최근 코스피의 변동성 확대 요인 중 하나로는 주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목된다. 23일 코스피가 10% 가까이 하락하면서 주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도 24% 이상 급락했다. 문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16개 종목이 상장한 이후 23일 기준 순자산총액(AUM)이 12조5176억원으로 불어났다는 점이다. 상장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이다. 상장 후 지난 23일까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거래대금은 SK하이닉스가 119조8766억원, 삼성전자가 70조8329억원에 달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초단기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도 증가 추세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은 1조479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3일 빌린 돈을 갚지 않아 반대매매로 나간 금액은 424억원에 달했다. 전일 198억원의 두 배를 넘고 지난 12일(476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빚투 규모도 늘어나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어떻게든 그때 드러누워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승인을) 막았어야 했나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며 “극심한 회전율로 증권사만 배 불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품 회전율이 높을 때는 200%에 가까웠다”며 “이를 통해 증권사가 취할 수 있는 매매수수료는 5조원에서 많게는 10조원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이튿날 황성엽 금투협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5월27일 상장 이후 데이터를 보면 지금까지 500억원 정도”라며 “증권사만 배를 불린다고 보는 것은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 차이는 추정치와 실제 누적 실적을 비교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커지자 금감원은 24일 “투자자 손실 위험을 경고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다만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 나섰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애초부터 신용거래나 미수거래 대상에서 제외된 만큼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개별 종목이나, 두 종목 비중이 높은 ETF들의 신용·미수거래를 조일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거래를 위해 필요한 기본예탁금을 현재 1000만원에서 더 올릴 가능성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