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고속도로 사망자 수가 전년 대비 5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도로에서 주행보조기능인 ‘적응형 정속주행장치(ACC·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를 켜고 주행하는 차량이 늘어나면서 전방주시에 소홀한 결과라는 관측도 있다. 사고로 멈춰 있는 차량을 미처 보지 못하고 들이받은 2차사고 사망자는 5배로 늘었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고속도로 사망자 수는 96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63명)과 비교해 52.4% 증가했다. 이는 2012년에 전년 대비 58.9%가 증가한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경찰은 고속도로에서 ACC 등 주행 보조기능에 의존한 운전자가 늘면서 전방주시 소홀로 사망자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ACC는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지정된 속도로 차량을 주행할 수 있는 기능이다. 장시간 고속도로를 운전할 때 편리한 기능이지만 정지된 물체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한계가 보고되고 있다.
경찰이 올해 고속도로 사고 유형을 분석한 결과 정차된 차량 주변에서 발생한 2차사고 사망자는 15명으로 전년(3명) 대비 5배로 늘었다.
정체·서행 중 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전체 사망자의 12.5%(12명)를 차지했다. 차량 고장 등으로 사람이 고속도로 위에 서 있다가 사망한 경우도 15명에 달했다. 대부분 운전자가 다른 곳에 신경 쓰는 등 전방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들이다.
실제 지난 1월 서해안고속도로에서는 1.5t 화물차의 단독 사고 이후 뒤이어 달리는 승용차 2대가 연이어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물차가 사고로 멈춰 있는 상태에서 ACC를 켜고 주행하던 40대 운전자가 이를 미처 피하지 못한 것이다. 사고로 인해 화물차 운전자 1명이 숨졌다. 같은 달 서해안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수습하던 경찰관이 ACC를 믿고 졸음운전을 한 운전자의 차량에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은 심야(0시~오전 2시)와 새벽(오전 4~6시), 주간(오전 10시~오후 2시) 시간대의 고속도로 사망자가 전체 48.9%로 가장 많았다고 경고했다. 특히 낮 12시~오후 2시는 대형차량에 의한 사망자가 11명으로, 화물차 졸음운전에 취약한 시간이었다.
사고 장소는 직선구간 사망자가 95.8%(92명)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앞지르기 차로의 경우 치사율이 11.7%에 달해 위험했다. 단속 장비가 설치되지 않은 구간에서 사망 사고도 전체의 69.8%(67명)를 차지했다.
경찰청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사고 취약 구간 및 시간대에 인력을 집중 배치하는 등 맞춤형 안전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고 위험이 높은 직선 구간에는 신규 단속 장비 설치를 적극 검토하고 이동식 단속 장비 위치도 조정할 계획이다.
2차사고를 막기 위해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행동요령도 적극 홍보 중이다.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차량 이동이 가능할 때 갓길로 이동 후 비상등을 켜야 한다. 이후 트렁크 문을 열어 뒤따르는 차량에 사고 사실을 알려야 한다. 사람은 가드레일 밖 등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 도로에 서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후 빠른 신고가 필요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동차 성능이 발전하고 있으나 역설적으로 운전자 부주의로 인해 고속도로 사망사고가 증가하고 있다”며 “고속도로에서는 항상 전방을 주시하는 안전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