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마약퇴치의 날을 이틀 앞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약물법원 입법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A(47)씨는 “처벌을 받고 나서 재활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법적으로나 구조적으로 (재활을) 많이 해주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출소해 병원에 1년 동안 입원해 중독 치료를 받았다.
1998년부터 2019년까지 약 20년간 마약을 끊지 못해 10여년의 실형을 산 이상준(51)씨도 “어릴 때는 (마약 투약을) 조절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안 됐다”며 “사회로 복귀해 돈을 벌고 삶을 영위하기 위해 단약을 하는 건데 중독자들이 교도소에서 살고 나오면 갈 데가 없다. 그러니 약을 끊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처럼 마약사범은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해 재범을 저지르는 굴레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마약류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아 구치소·교도소에 수감된 수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43명 중 79.9%(354명)가 단약(斷藥)을 시도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단약 기간은 ‘6개월 이하’가 23%(102명)로 가장 많았으며, 3년 이상 단약한 경우는 17.8%(79명)에 그쳤다.
응답자들은 재판 단계부터 마약중독 치료를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
‘법원에서 마약중독 정도나 치료가 필요한지 평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89.9%), ‘재판 과정에서도 회복과 치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92.6%), ‘마약 문제에 대해 잘 아는 판사가 재판해야 한다’(93.4%) 등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재판 단계에서 처벌 대신 치료에 중점을 두는 ‘약물법원’의 도입 필요성도 제기됐다.
약물법원은 형사처벌을 위해 일반적인 공판절차를 진행하는 대신 치료보호처분에 대한 지도·감독을 집행한다. 법관은 치료전문가와 보호관찰관의 협력을 받아 치료 프로그램에 관여하고 정기적 마약검사 등을 실시하기도 하며, 치료보호 대상자의 사회생활이 유지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보호처분을 종료한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 등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치료보호법 입법을 준비 중이다.
약물법원 도입 필요성에 대해 박영덕 한국마약회복협회 이사장은 “중독 문제는 단기간의 처벌이나 일회성 개입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며 “치료 과정의 이행 여부와 변화의 정도를 충분히 확인한 후 사법적인 판단을 내리는 접근은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