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에서 파프리카를 생산하며 지난해 210억원의 매출을 올린 농업회사법인 ‘탐진들’은 올해부터 생산시설 증설에 나섰다. 향후 생산량 증가에 대비해 새로운 거래처 확보가 필요했지만 일일이 유통업체와 접촉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농산물 생산자-구매사 교류·상담회에 올해 처음 참가한 탐진들은 온라인 플랫폼, 지방 유통업체 등 7∼8개 기업과 상담을 진행했고 이 가운데 계약 가능성이 높은 업체와 추가 미팅 일정을 잡았다.
현장에서 구매사와 미팅을 진행한 우효정 탐진들 부장은 “기존에는 수출과 급식업체, 원재료 가공공장이 주요 판로였는데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판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었다”며 “상담회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유통업체 등 새로운 거래처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탐진들’처럼 새로운 판로를 찾는 산지 생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형 구매사와 직접 만나 유통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는 ‘생산자-구매사 상담회’가 빠르게 규모를 키우고 있다. 올해 상반기 상담회에서만 185건의 실질적인 상담이 진행됐고, 170억원이 넘는 잠재 거래가 발굴됐다. 지마켓 같은 온라인플랫폼부터 대형 식품업체들이 산지 생산업체와 직접 거래하는 구조는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아 우수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생산자-구매사 상담회를 통해 연결된 이러한 구조가 농가소득 증대와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기여한다고 보고 올해 하반기 규모를 키워 산지와 소비지를 직접 연결하는 직거래 모델을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농산물 생산자-구매사 교류·상담회에는 생산자 37곳과 구매사 26곳이 참여해 총 185건의 일대일 상담을 진행했다. 이번 상담회에서 발굴된 잠재 거래액은 170억5900만원으로, 이 중 계약 가능성이 높은 상담 9건을 포함한 실질 계약 가능 금액은 70억648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농산물유통 혁신대전의 일환으로 생산자-구매사 교류회를 처음 열었던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20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반년 만에 참여 생산자는 76.2%, 구매사는 36.8% 늘었다. 지난해엔 전국 산지조직 21곳 등이 참여해 3500만원 규모의 초도 물량 계약이 체결됐다. 상담을 통해 발굴된 잠재 거래 규모와 참여업체가 급증하면서 단순 교류 행사를 넘어 실질적인 판로 개척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동안 산지조직들은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고도 복잡한 유통 벤더 구조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대형 바이어들과의 협상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상담회의 B2B(기업 간 거래) 부문은 이러한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또 상대적으로 판로 개척이 어려운 중소농업인을 위한 소비자 거래(B2C) 중심의 판로를 확장하기 위해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사들과 매칭을 집중 지원하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생산자와 구매사 양측이 선호하는 업체와 품목을 정밀 조사해 매칭을 뒷받침한 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농식품부는 상담회에 앞서 상호 간 선호(1순위) 및 구매사의 니즈(2순위)를 교차 분석해 일대일 맞춤형 상담 스케줄을 구성했다. 우 부장은 “시간 배분이 체계적이었고 상담 도중 업체가 변경되는 상황에서도 매칭이 원활하게 이뤄졌다”며 “우리가 신청하지 않았던 업체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돼 효율적인 상담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상반기 상담회 성과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는 참여 기업과 품목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생산자와 구매사가 직접 만나는 기회를 늘려 직거래를 활성화하고 산지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소비지에는 경쟁력 있는 농산물을 공급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이번 상담회는 생산자의 자부심이 담긴 우수한 농산물과 구매사의 안목 있는 니즈를 정밀하게 연결하는 비즈니스의 장이 됐다”며 “산지와 소비지를 잇는 직거래 모델을 확장해 유통 비용을 절감하고, 농가소득 안정과 장바구니 물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