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팽윤시킨 ‘토끼아교(rabbit skin glue)’를 날것의 아사천면에 몇 차례 바른다. 면이 모두 마른 뒤 아교용액과 백색 안료를 혼합해 만든 젯소(Gesso)로 바탕 작업을 한다. 어느 정도 두께감의 바탕지가 만들어질 때까지 칠하고 말리는 작업을 반복한다. 몇 차례의 젯소바탕 작업이 끝나면 흰 바탕지 위에 어두운 물감을 밑칠을 하고, 다시 그 위에 밝은 색감의 물감을... 색의 중첩, 이를 통해 얻어지는 물감의 얼룩과 흔적, 시간의 축적, 빛처럼, 그리하여 빛으로....
“저의 작업의 화두는 빛과 색입니다. 그림이라는 순수 회화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빛과 색은 철저한 물질과의 대화를 통해서만이 얻어질 수 있다고 믿어요. 저에게, 빛은 모든 생명체를 품어내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입니다. 캔버스라는 ‘그라운드(ground)’ 위에 씨를 뿌리고, 가꾸면서, 화폭위로 시간이 흐름과 동시에 쌓여가는 빛의 숨결과 흔적들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오랜 시간 빛과 색을 화두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온 박현주 작가의 기획전 ‘빛의 현존(Light's Presence)’이 경기도 광주 영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9월6일까지.
이번 전시는 2000년 이후 금박을 활용한 반입체 작업 ‘이너 라이트(Inner Light)’, ‘라이트 모나드(Light Monad)’ 시리즈부터 평면 회화 작업 ‘빛 그림 Into Light’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회화의 본질적 조형 요소인 빛과 색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작가의 예술 세계를 한 자리에서 조망한다. 재료의 중첩과 축적을 통해 구축해온 독창적인 조형 언어와 그 변화의 흐름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자리이다.
박 작가는 “작품 속에 축적된 시간과 물성의 흔적을 따라가며, 빛과 색이 만들어내는 깊이 있는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빛이 지닌 다양한 의미와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